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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Jun 10. 2020

캐나다 교실에 문이 2개인 이유

섬세하게 설계된 건물이 지켜주는 학교안전

 시골 작은 학교에서 근무할 때면 경비아저씨보다 먼저 등교해서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었다. 아마 농사하시는 부모님들이 워낙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셔서 그랬겠지.


캐나다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학교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마음대로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학생의 안전을 위해 정해진 등교시간이 될 때까지 학교의 모든 문이 잠겨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일찍 등교하더라도 학교 문이 열릴 때까지 아이의 안전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종이 울리고 학교 문이 열린다. 아이들은 줄을 서서 학교에 들어간다. 담임교사들은 문을 열어 학생들을 맞이하고 교장 선생님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하여 학교 건물 안팎으로 등교지도를 한다. 5분이 지나면 두 번째 종이 울리고 문은 다시 굳게 잠긴다.


문이 잠겨있는 학교 앞.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학교의 문이 열릴 때까지 함께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창문에 비쳐 보인다.


 아이들이 일단 학교에 들어 온 후부터는 학교가 아이들의 안전을 지킨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면 모든 사람이 벨을 누르고 오피스를 거쳐야 한다. 방문 사유와 방문 기록을 남겨야만 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지각한 학생들도 예외가 없다. 출결 체크를 오피스에서 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사전 연락 없이 학교에 오지 않은 아이들이 있으면 부모에게 연락을 취해서 부모가 아이가 결석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 확인한다. 하교시간 이전에 아이를 일찍 픽업해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직접 교실로 가서
마음대로 아이를 픽업할 수 없다.


부모는 오피스에서 기다리고 아이가 담임선생님과 함께 오피스로 온다. 아무리 학부모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모르는 사람이 학교 안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위험요소이고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교 또한 마찬가지이다. 5-10분으로 하교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시간에만 문이 열린다. 특히 유치원 및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에는 더욱 엄격하다. 부모 또는 미리 담임교사에게 지정해 둔 어른만(조부모, 시터) 아이를 픽업해 갈 수 있다.


하교 시에도 아이들은 교실에서 대기하고,
선생님이 픽업 온 어른의 얼굴을 확인하고 한 명씩 아이들을 내보낸다.




 또한 캐나다 초등학교의 대부분의 교실에는 문이 두 개 있다.


교실에서 건물 내 출입을 위한 inside door

교실에서 건물 밖 출입을 위한 outside door.


 recess time(바깥놀이시간)에도 교사의 지도 하에 교실 안에 있는 outside door를 통해 운동장으로 나간다.


 한국에서 3학년 담임으로 근무할 때 중간놀이시간이 끝나고 학생 한 명이 사라졌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학생이었는데 알고 보니 교실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몰래 운동장 구석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캐나다 학교에서 outside door를 보고 감탄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생이 교실에서 운동장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동선이 길면 길수록 학생은 교사의 지도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모든 캐나다 공립 초등학교의 유치원 교실은 화장실도 해당 교실 안에 있다.


교실 설계를 통해
학생들이 혼자서 건물 안을 돌아다닐 일이 아예 없도록 한 것이다.


 또 이러한 구조는 재난 시에도 빠르고 안전하게 학교 밖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캐나다 초등학교에서도 한국 초등학교처럼 주기적으로 재난대응 교육을 한다. 재난 시에 전교생이 빠르게 학교 밖으로 나와서 정해진 장소로 모인다.


이때 outside door를 통해 학생들의 대피 동선을 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문 하나에 많은 인원이 몰려 혼잡해지는 일이 없도록 할 수 있다.


교실 안에서 학교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outside door. 창문 밖으로 아이들을 픽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들이 보인다.




한국의 초등학교는 어떨까?

 종종 한국 초등학교 운동장이 비행청소년의 놀이터가 된다거나, 심지어 건물 안으로 낯선 사람의 출입이 이슈가 되는 기사를 보면 학부모로서도, 교사로서도 섬뜩하다. 그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배움터지킴이, 학교보안관이라는 이름으로 초등학교 교문 앞을 지키는 인력이 배치되어 있는 학교들이 있다. 그러나 주어진 업무가 정확하지 않아 주차안내를 맡는다던가, 관련 예산 삭감으로 학교에 상주하지 않는다거나, 학교보안관 고령화로 인해 학부모들이 여전히 불안감을 갖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이므로 과연 이 제도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한국 초등학교 건물들은 넓은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교문과 동떨어져있는 경우가 많다. 몇 개의 건물이 있는 경우도 있고, 건물마다 출입구도 여러 개다.


한국에서는 운동장만 통과한다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문은 늘 열려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게다가 학교 보안관은 교내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교문 앞에서 방문 사유가 합당한 지 일일이 체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캐나다 학교처럼
운동장이 시작되는 교문이 아니라
학교 건물의 입구에서
외부인을 통제하는 것이 어떨까?


 건물 출입구에서 벨을 누르면 교무실에서 인터폰으로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 입구 외 모든 출입구는 잠가두어야 할 것이고, 교무실의 위치 또한 중요할 것이다. 교무실에서 중앙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가 본 모든 캐나다 초등학교 오피스는 아예 은행 창구처럼 중앙 입구 쪽으로 틔여 있거나, 유리 창문으로 되어있었다. 초기 비용은 들 수 있으나 이름뿐이기 쉬운 인력배치의 효율성을 생각해 본다면 훨씬 지속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Main Office. 학교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통제할 수 있도록 중앙입구 쪽으로 틔여있는 구조가 캐나다 초등학교와 동일하다.


 BC주 Surrey 교육청의 교육 강령을 보면

 모든 학습자가 학문적 성취 및 개인적인 성장(중략)을 성취할 수 있는
 '안전 하면서도 섬세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안전하면서도 섬세한 환경이이란 무엇일까.

 학년 발달단계에 따른 저학년 교실 구성 배려, 학교 내 학생의 동선을 줄이고 교사의 지도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교실 설계, 외부인 출입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구조.


 학교 건물 설계를 통해 안전이 보장된 환경을 제공하는 것. 캐나다 초등학교 건물 자체가 학생들에게 안전하면서도 섬세하게 설계된 교육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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