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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빈 Jul 23. 2024

안 뽑히길 잘했다!!

나 이런 면접까지 해봤다


직무 경험이 거의 20년에 도달하니까 그 동안 이직도 많이 했고 면접도 수 없이 봤다. 그러면서 느낀 점이, 면접은 저들이 날 평가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나 역시 저들을 평가하는 자리라는 사실이다. 저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이 면접관으로 앉아있는데, 면접을 하다 보면 느낌이 온다. 나랑 맞겠다, 안 맞겠다 라고.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다 알 수 있냐고? 뭐, 소개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요즘은 소개팅도 점심이 아닌 티미팅으로 잡는다고 하던데, 1시간(혹은 30분)동안 대화하고 아니다 싶음 빠이- 괜찮다 싶음 식사까지 이어지는 굉장히 효율적인 액션플랜이라 생각한다. 즉 내 사람이다 싶은 게 적어도 10분, 20분 안에 정해진다는 얘기다.


물론 면접에서는 내가 붙고 싶은 마음이 더 클테니, 저들을 평가할 여유는 사치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짧은 찰나에도 느껴진다. 이것도 사람 대 사람 일이니까.



케이스1. 일방적 캔슬


음악 플랫폼 관련 M (대)기업에 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당연히 연차를 내고 면접 30분 전에 도착해 인근 카페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헤헌을 끼고 한 면접이었는데, 시작 10분 전 연락이 왔다. ‘죄송한데, 저쪽이 급한 미팅이 생겨서 조금 지연될 것 같은데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뭐 당연히 기다려야지. 그렇게 10분, 20분이 흘렀고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른 30분이 지나갈 즈음 또다시 헤헌한테 연락이 왔다. ‘정말 죄송해요. 일이 터졌나봐요, 면접을 미뤄야 할 것 같은데 어떡하죠…’ 


내 연차는 날아갔고 이 개런티 되지 않은 인터뷰에 피같은 연차 2개를 날려먹을 판이다. 그렇지만 (대)기업이시다. 정말 피치못할 사정이 있겠지, 란 순진한 생각에 흔쾌히 수락했고, 그렇게 난 2개째 연차를 내고 다시 면접일을 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례한 행위다. 내가 신입(물론 신입이라고 그래도 된다는 건 아니다만)도 아니고 엄연히 재직자다. 세상 무너지는 급한 일 아닌 이상 적어도 얼굴 보고 몇 분의 면접 볼 시간이 없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 전날도 아니고 당일, 그것도 웨이팅까지 갖게 하고 취소하는 건...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정말 뽑고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거다, 그냥 한 번 봐보지 란 후보였기에 가능한 무례함 이란 걸 왜 그때 캐치하지 못했을까… 


또다시 면접을 보게 한 자리에서 그들 얼굴엔 그닥 미안한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뭐랄까, 우리가 너 뽑을 거니까 갑인 거 알지? 그땐 바빠서 그랬어 쏴리- 이 정도 늬앙스였다. 그러고 압박면접이 이어졌다. 본인들은 공격적인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너의 성향이 그러하니? 정말 이런 요지의 압박면접이었다.


결론적으로 난 떨어졌다. 뭐 그들이 보기에 내가 잘 싸울 것 같지 않다는 것이 패인이라는 헤헌의 전언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례하게 굴은 곳이면서 떨어뜨리기까지 해 정말 열 받은 면접 케이스로 꼽힌다. 결과론적이지만, 아마 붙었어도 난 가지 않았을거다. 갑질이 만연한 기업문화임이 드러났으니까.



케이스2. 열 번 볼까요?


이번엔 제약사 쪽 D(대)기업 얘기다. 또 다시 꺼내지만, 요즘은 소개팅하고 한달, 두달 만나면서도 정작 사귀잔 소리는 잘 안한다고 한다. 즉 썸의 기간이 굉장히 길어진 것이다. 왜냐면 이 사람 저 사람 계속 만나보고 싶고 아직 이 사람이다! 라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건 뭐 나솔사계에서 현숙 영숙 저울질하다 제대로 떡락한 6기 영수가 트렌드인가 보다. 그런데 내가 무려 10년 전에 이런 면접을 당해(?)던 것이다.


우선 1차 면접이라 하여 실무진 2명이 등장했다. 화기애애 하하호호 좋았다. 그렇게 붙었고 2차 면접에 오란다. 다시 만발의 준비를 하고 갔다. 당연히 윗급 임원이 있을 줄 알았는데 또 다시 1차 때의 그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 여기는 정말 실무진이 신중하게 보는구나 싶어서 2차를 무사히 마쳤고 그렇게 또 붙었다. 3차에 오란다. 이젠 정말 임원이겠구나 최종이겠구나 했다. 그런데 갔더니 또 그 인물들이 앉아있다. 심지어 한 명은 미팅이라면서 30분이 늦었다. 


왜 대체 3차까지 똑같은 인간들과 계속 마주해야하는 거지? 란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그들의 대답은 뻔하다. 우리와 같이 일할 수 있는 인물인지, 잘 맞을지 알기 위해선 여러 번 봐야한다 라고. 그렇게 4차 면접까지 봤는데(여전히 임원을 보지 못했다), 갈수록 그들이 질문할 소스가 떨어짐이 느껴졌다. 아직도 생생한 게 질문의 퀄리티가, 네이버 지식인에서 ‘면접질문 필수 100’ 이런 거 갖고 온 것 마냥 너무 상투적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난 그들을 총 4번 만났고 최종 낙방했다. 장기가 썸만 타다 갑자기 연락두절당한 느낌이랄까. 이렇게 되니 그쪽 약은 절대 사지도 쓰지도 않겠다는 다짐만 생기더라. 그런데 불행 중 다행히도, 떨어진 것이 천운(?)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D 제약사가 언론인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다는. 특히 대표 이슈(폭언/폭행)를 통한 엄청난 사내문화가 만연하다는, 휴…



케이스3. 도둑질?


내가 면접관이 된다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베스트2위로 꼽는다. 이번엔 반도체 S(대)기업이다. 내 수십년의 커리어가 쌓인 언론홍보 쪽이 아닌 사내커뮤니케이션 분야였다. 이건 헤헌한테 제안이 온 거고 서류에 합격하고 1차 면접을 봤다. 


경력직인데 과제가 있었다. 지금 우리 회사가 이런 문제가 있는데(실화) 사내 임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가 주제였다. 개인적으로 경력직에 과제를 내는 기업엔 노크조차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경력직은 그동안의 포플로 업무능력을 훑고, 면접으로 인성을 보며, 주변 레퍼책으로 포플+면접의 팩트체크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개인마다 포플을 엄청 부풀리거나 과대포장하는 경우 있다. 본인은 a 업무에 1/100 기여만 해도 내 이력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게 의심된다면 레퍼책으로 가려내면 된다. 언론홍보하다 갑자기 보안전문가가 되거나 승무원이 되는 게 아닌 이상 그 업계에서는 평판이 돌기 때문이다.


그런 경력직에 과제를 낸다는 건 1) 그냥 기업문화다 2) 쟤 아이디어 참고 좀 하자 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다시 돌아와서, 열심히 준비해 간 과제로 1차 pt를 하고 운 좋게 붙었다. 부서장이 나를 좋게 봤고 꼭 추진하고 싶다-는 헤헌 전언이다. 그리고 최종 면접은 인사팀에서 본다고 한다. 이때만해도 거의 붙었거니 했다. 인사팀에선 조금 말랑말랑한 질의를 하면서 그 사람의 인성을 캐치하는 게 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시 과제를 내는 거다. 갸우뚱 한 것이, 내 스킬에 대해선 실무에서 보는거고 인사팀은 말 그대로 그 사람의 인성을 보는 자리 아닌가? 


그런데 내 이력이 사내컴과는 멀기 때문에 꼭 과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난 2번째 과제를 위해 밤새 pt 준비를 하면서 면접에 임했다. 그들이 낸 과제는 예시가 아니었다. 정말 그들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였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끼리 답이 안 나오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인사팀에서 사내컴 이슈를 제안하고 판단하는 건가, 어찌보면 선을 넘는 불쾌한 행위다. 그래도 (하라니까) 열심히 임했는데 결론적으로 떨어졌다. 


헤헌 말로는, 부서장은 나를 계속 밀었지만, 인사팀은 내 이력이 부적합하다며 영 마땅찮아 했다는 것이다. 즉 실 권력자인 인사팀 파워에 부서장이 밀려나면서 난 떨어졌다. 2번의 과제는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 머릿속에 전해졌고 내 아이디어는 도용당했다(라고 생각한다).


내가 저렇게 생각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 이건 모 호텔(강남에 있는데 지금은 인수되어 사라짐) 홍보직 면접을 봤을 때다. 당시 그 호텔은 아주 크게 리모델링을 하고 새로운 컨셉으로 홍보를 해야 할 시기였다. ‘너라면 어떻게 할래?’라는 게 과제였고 난 열심히 해갔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붙었는데 연봉때문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몇달 뒤 그 호텔을 지나가는데 내가 냈던 과제 컨셉 그대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도 생각한 것이 우연찮게 맞아떨어진 거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진실은 모르고 어쨌든 볼때마다 찝찝했던 기억이다.


쓰다보니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무수히 많은 면접 경험들이 스쳐 지나갔다. 가장 황당한 케이스만 뽑아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떨어지길 잘했다는 그런 기업들이다.


다음엔 면접 팁에 대해 담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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