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조차 못했다.
그러니 살아남을 수 없었다.
누구는 극적으로 살아남아서 인생의 뭔갈 배웠다는데, 나는 실패한 모양이다.
결국 그저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또다시 삶 속에 남겨져 시간을 보내겠지.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또 한 번 죽음을 떠올려보겠지.
그리곤 역시 죽지 못하는 그 순간의 날 질책하겠지.
그렇게 반복되고- 반복되며- 인생의 마지막까지 반복만 할 뿐.
그러면 의미가 뭐지.
의미가 필요 없다면 이유는?
굳이 살아 있을 이유는 뭔데.
그러니 여러분, 이런 멸망은 어떤가요?
자기 목숨조차 사랑하지 못해 자신을 겨냥한 멸망.
커다란 운석도, 빌딩 높이의 쓰나미도 아니지만 나의 모든 것을 파괴할 멸망.
이런 것도 멸망이라 부르기 창피하지만 말이죠.
컵에 물도 거의 비워가네요.
그러니 주전자를 다시 가지러 갈 일은 없길 빌어볼게요.
그런데-
지난번에도 다짐했고 지지난번에도 다짐했지만 이렇게 다시 물을 마시고 있는 자신이니,
아마 내일도 그러지 않을까- 얄팍히 추측해볼 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