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나날입니다. 이렇다 할 즐거움 없이 보내는 시간에 슬슬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죠.
날이 추워지고 자주 가던 저수지 공원에 더 이상 낙엽이 보이지 않는 12월의 첫날. 저는 여느 때와 같이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가벼운 미몽에 빠져봅니다.
글쎄요, 딱히 재미있는 몽상은 아녜요. 그렇다고 절대 가벼운 것들은 아니구요.
재미없고 가볍지 못한 것. 한 가지 정도 힌트를 더 주자면 이 상상은 꽤 진한 검은색이에요.
엄청, 어~엄청요!
그래서 종종, 얼떨떨한 정신 속에서 채 해어 나오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곤 합니다.
그리고 마친 하루의 끝에서 돌아본 자신은 꽤나 꼴불견이더라고요.
그래도 뻔한 삼류 영화를 보듯이 재밌긴 해요.
매일 마주하는 그 엔딩들이 비단 정신적인 결과만은 아니지만요.
상상을 하는 건 즐겁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제 소중한 친구이기도 하죠.
그러나 주체하지 못하게 커지는 그 보아뱀은 코끼리조차 삼켜버리기도 해요.
어느 때는 새로운 별들을 빚기도 하고 하나의 생명빛을 꺼트리기도 하죠.
그러니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안의 보아뱀과의 작별할 날이.
함께 해서 꽤나 아팠고 아주 행복했어요. 그렇지만 제 자신처럼 모든 순간들에는 끝이 있는 법이겠죠.
그러니 그만 끝내도록 하죠. 이 비몽사몽 한 나날들을.
"그러면 내일에서 기다리는 그대를 만날 수 있겠죠." -buzesil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