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만여행이라 쓰고 독감여행이라 읽는다.

by 다정한

2010년도에 결혼을 했고, 그해 둘이서 대만에 갔더랬다. 결혼 10주년으로 둘이 갔던 대만에 셋이 가기로 했다. 2020년 코로나가 왔다. 2023년 여름, 대만행 항공권을 구입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으로 10일 정도 출장이 잡혀 일정이 겹치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부터 로스앤젤레스까지 캘리포니아를 방문, 남편은 언제 미국을 가보겠냐며 기꺼이 대만행을 미루자고 했다. 여행 날짜를 옮기면서 추가 비용이 꽤 들었지만 미국 출장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하게 했다.


2023년 겨울, 또 변수가 생겼다. 국군의 날이 생기면서 남편의 근무일정에 차질이 생긴 거다. 금요일 출발이었건만 남편은 월요일 오후에나 가능했다. 다행히 미국행으로 생긴 마일리지로 월요일 출발 항공권을 추가 예매할 수 있었다. 유쾌한 출발은 아니었다. 연기를 하느라, 추가로 발생된 비용이며 남편과 함께 출발하지 못한 아쉬움이며, 짧은 여행 일정이며 속상함이 산더미 같았다. 그래서 도쿄의 디즈니와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 가는 일정을 추가했다.


그러나 대만을 밟고 나니 행복이 밀려왔다. 오기 잘했구나. 역시 여행은 힐링이구나.


1. 베이터우

첫 1박은 베이터우 스위트미핫스프링이다. 남편과 둘이 갔을 때, 다음에 여길 온다면 꼭 묵기로 한 숙소다. 룸마다 히노키탕이 있어서 마음껏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짐을 맡기고 우리는 동네 탐방에 나섰다.

#베이터우도서관, 온천박물관, 딴삥, 놀이터

원목 구조의 우아한 도서관은 예술이다. 여기를 다시 오다니. 슬슬 위로 올라가니 온천박물관이 나왔다. 천천히 둘러보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지곡열이 나온다.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오는 풍경은 장관이다. 인근에 삶은 달걀도 팔아서 맛나게 먹었다. 그래도 배가 고프다. 인근 시장에 가는 길, 北投豆花蔥抓餅 가게가 눈에 띄었다. 양배추 가득한, 우리나라 전같은 딴빙도 참 맛있고, 차게 또는 따뜻하게 먹는 연두부에 팥도 인상적이었다. 이거 먹으러 다시 가고 싶을 정도. 인근에 놀이터도 있었는데 시원한 저녁에 놀기가 딱 좋았다. 현지 아이들도 참 많아서 더 신나 했던 것 같다. 놀이터도 두 번이나 갔다. 숙소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따뜻한 물에 담갔다. 프라이빗한 히노키탕에 아이도 즐거워했다.


그. 런. 데. 그날밤 아이가 아프다 했다. 이마를 짚으니 열이 난다. 아뿔싸. 아들은 잘 아프지 않았다. 20개월 넘게 한 모유수유 덕분이라며 스스로 만족했더랬다. 물론 출산을 앞둔 분들에게 절대 권하지는 않는다. 좋은 분유도 많기에. 덕분에 1학년에 입학한 아이는 하루도 결석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가 맞겠다. 물론 그리 아프지 않았다.


2. 단수이

다음 날 조식에 나온 미소된장국이 있어서 밥과 조금 먹는 모습에 안심을 했다.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했다. 도서관에도 다시 가보았다. 온천을 하면 효과가 있을 거라며 아들은 스스로 목욕을 했다. 그렇게 길을 나섰다. 오늘은 단수이로. 가는 지하철에서 자는 모습을 보노라니 걱정이 된다. 춥다고 해서 패딩점퍼를 입혔다.


추억 돋는 단수이에서 함께 자전거를 탔다. 나는 유바이크를 미리 다운로드하여, 이지카드까지 연동시켜 뒀다. 이렇게 하려고 현지에서 전화번호 있는 유심을 샀다는. 분명 이지카드 5개까지 등록 가능하다 했는데 안 됐다. 1시간에 60원(한화로 약 2500원)으로 아이 자전거도 대여했다. 어차피 유바이크는 키 130cm인 아이에겐 무리였다. 단수이 강변을 따라 자전거로 달리며 중간중간에 터키아이스크림도 먹고, 대만카스테라도 구입했다.


1시간쯤 탔을까? 아이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렇게 숙소로 왔다. 침대 위에서 아이는 계속 잤다.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고, 폭풍 검색을 한 후 약국에서 약(판돌)을 사 와서 먹였다. 포카리스웨터도 꿀꺽꿀꺽. 납작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잠자는 아이를 두고 길을 나섰다. 숙소 뒤에 큰 시장이 있어 과일, 만두, 빵 등을 사서 돌아왔다. 그러나 아이는 거의 먹지 못했다.


3. 펑리수 쿠킹 클래스

숙소를 옮기는 날, 베이터우에서 융캉제로 가는 길, 그 시간도 알차게 사용하고자 펑리수 DIY 체험을 신청해 두었다. 주로 해외에서의 체험은 주로 클룩을 이용한다.

'아이가 이렇게 아픈데... 가능할까? 싶었다. 역시나 아이는 체험 내내 엎드러져 있었다. 엄청 활발한 아이인데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 숙소로 가도 체크인이 안 되는 시간이라 이렇게라도 버틸 수밖에 없었다. 파인애플 잼이 가득한 쿠키를 만드는 체험은 어찌어찌 마무리되었다. 따끈한 쿠키를 맛볼 겨를도 없이 이동을 했다.


4. 융캉제 그리고 병원

남편과 둘이 왔을 때에는 시먼딩에서 묵었다. 서울의 명동과 같은 시먼딩은 화려하다. 우리는 보다 차분하고 아기자기할 것 같은 융캉제에서 남은 3일 동안 숙박하게 되었다. 동먼호텔, 가장 입지 좋은 곳을 정했는데 창문이 없어 당황했다. 아들은 자고 또 잤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 날, 남편이 왔다.


병원부터 갔다. 숙소 근처에 초등학교가 보였고, 그 맞은편에 병원이 있었다. 병원은 작았지만 국립병원이라 되어 있었으며 대기하는 손님들이 유리 너머로 보였다. 속이 훤히 보이는 병원, 그래서 문턱이 낮다고 생각했다.


준비물은 여권과 현금. 대만은 카드결제를 좋아하지 않는데 병원에서는 아예 불가했다. 대만돈 2,000달러.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8만 원 정도가 병원비로 들었다. 현금을 꼭 가지고 가야 한다. 여권을 내밀며 아이가 열이 난다고 했다. 대기번호 28번, 2시간 후에 오라고 한다. 한국이나 대만이나 병원의 대기는 비슷하다. 2시간 후, 의사와 영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사는 구글번역기를 내밀기도 했다.


코로나 검사와 같이 코로 검사기를 넣었고, 독감 B형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는 약국도 함께 있었고 약도 함께 처방받았다. 주황빛깔의 가루약을 시럽에 타서 하루 3번. 이런 방법도 비슷한데 시럽병의 뚜껑에 약을 탈 수 있도록 된 점은 매우 유용했다. 열이 난 지 3일째 병원행이었고, 이틀 동안은 더 아플 거라는데 출국이 언제냐고 묻는다.

"이틀 후요."

"그때쯤에 나을 듯합니다. 독감으로 시작해서 독감으로 끝나는 여행이군요."

의사와 함께 큰 소리로 웃었다. 독감 여행이라니. 그러나 그 웃음도 잠시, 내가 아프기 시작했다. 모든 근육이 아픈 느낌, 뭐지? 대만만의 냄새(?)를 견디기 힘들었다. 우육면에서 나는 느끼함. 그 맛있다는 누가크래커를 봐도 울렁거릴 정도였다.


4. 대만동물원

코알라를 보겠다고 아픈 몸을 이끌고 동물원을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동물원역에 도착. 케이블카를 타러 10분은 넘게 걸어갔는데 정기점검기간이란다. 동물원 입구 가장 가까이에 있던 코알라, 드디어 실물을 영접했다. 아이는 엄마가 코알라를 안고 찍은 사진을 보고 코알라를 좋아했다. 코알라 책을 따로 사서 읽을 정도. 호주에 가야만 볼 줄 알았던 코알라가 대만에 있다니! 그러나 만져 볼 수는 없었다. 고개를 길게 빼고 유리 너머로 보이는 코알라는 매우 귀여웠다. 수학여행을 온듯한 많은 학생들 틈에서 여러 동물들을 보고 코알라 피규어를 사고 발길을 돌렸다.


5. 101 타워전망대

13년 전, 엄마와 아빠 둘만 찍은 사진을 보고 본인도 101 타워 전망대에 가고 싶다 했다. 대만을 내려다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무엇보다 높은 빌딩의 균형을 잡아주는 660톤의 원형 추도 인상 깊었다. 타워전망대 건물 1층에 있던 딘타이펑을 먹으며 남편과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그때는 이게 참 비싸게 느껴졌어 그지?"

"그니까 지금은 먹을만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드네."




남편과 둘이 여행을 왔을 때는 지우펀, 예류 등 버스를 타고 멀리도 가보았다. 아이가 있으니 박물관, 동물원을 먼저 검색하게 된다. 둘이 갔던 곳을 셋이 함께 가보며 느끼는 새로움도 참 좋으다. 그런데 이번 대만행은 갈 때부터 변수가 생기더니 가서도 병원을 가야만 했던 여행이었다.


심지어 우리는 일본여행을 취소했다. 여행 중엔 정신력으로 버틴 것인가? 독감 바이러스를 제때 물리치지 못한 나는 한 달 내내 앓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주사도 맞고 약을 먹고서야 겨우 나았다. 뒤늦게 남편도 주사 맞고, 약을 먹었다. 그렇게 우리는 대만을 다시 안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추억으로 남으려나? 아픔 또한 추억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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