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

치앙마이에서 10일

by 다정한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이 구글지도다. 나에게 숙소의 입지는 매우 중요하다. 마치 아파트 입지를 고려하듯 신중하게 고른다. 어떤 사람들에겐 숙소 자체의 퀄리티를 우선으로 할 수도 있다. 물론 숙소의 상태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방콕에서 '이비스' 호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치앙마이에서는 같은 위치에 가성비 좋은 숙소가 더 많았다.


그럼 치앙마이로 가볼까?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비행기와 기차, 그중에서 기차를 선택했다. 열세 시간 기차를 타는 것은 아이에게 무리가 될까 봐 걱정했다. 그러나 의자가 침실로 변할 때, 아이는 환호했고 침대칸 기차에서 한참을 즐거워하다가 꿀잠을 잤다.


열세 시간을 탄 기차에서 내렸다. 새벽 공기가 싸늘하다. 태국의 북부 지방은 다소 시원하다더니 딱 좋다. 기차역 입구에는 썽태우, 툭툭, 택시 등 여러 기사님들이 타라고 손짓을 하셨다. 일단 기차역 앞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었다. 캐리어를 끌고, 아이 손을 잡아끌며 역을 나섰다. 내가 뒷문으로 나왔나? 이건 뭐, 휑한 느낌이다. 가게들은 문을 열지 않았고, 온통 들이다.


무작정 걷다 보니 대략 숙소의 위치가 가늠되었고 그냥 걸어도 되겠다 싶었다. 지나가는 택시도 전혀 안 보이고 지쳐갈 무렵 전통 시장이 보였다. 방콕에 비해 과일값이 좋아 우리는 망고, 바나나도 사고 두리안도 샀다. 두리안은 호텔 반입이 금지라 길에서 먹었다. 씨 말고 버릴 게 없다. 쫀득하니 달달한 두리안의 맛이 참 좋다. 아이와 함께 게 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아침 끝.


1. 핑강 때문에 선택한 I-river 호텔에서 2박

치앙마이대학 인근으로 5박을 예약했더랬다. 그러나 출국에 입각해서 핑강 근처에서 묵고 싶은 마음에 2박을 변경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말이다. 핑강 뷰가 너무 좋아서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숙소는 내가 생각했던 딱 그대로의 뷰였다. 아름다운 핑강을 마음껏 볼 수 있었고 둘이 눕기에 침대도 매우 넓었다. 창도 넓었고, 수압도 딱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개미. 1층이었고, 테라스로 나있는 문 때문인지 세면대 위를, 침실 바닥으로 기어 다니는 개미는 공포였다. 조식은 현지식으로 바나나밥도 맛보았고 무삥(돼지고기 꼬지)도 있었다. 언제든 커피와 물을 마실 수 있었고 쿠키와 바나나도 무한정 제공되는 듯했다. 사람들도 퍽 친절했다. 다만... 개미... 는 털털한 우리 모자에게도 다소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하하.


숙소에 짐을 맡겼다. 14시 체크인이고 지금 입실할 방이 없단다. 일요일에만 체험 가능한 풋살장으로 향했다. 치앙마이의 교통에 대해 공부를 덜했더니 감이 안 왔다. 무작정 길에 서성이는데 성태우 기사님이 어디 가냐 물으신다. 풋살장이 있는 '데카트론'의 위치를 모르신다 하셨다. 구글로 함께 살펴보았고 우여곡절 끝에 그 옆 쇼핑몰에 내려주셨다.


다음 날은 핑강을 건너보기로 했다. 길을 걷다 소품 가게가 나오면 구경도 하고 더우면 카페에서 타이티 한 잔을 했다. 걷다 보니 올드타운이었다. 자전거를 빌렸다. 자전거 길이 따로 있지 않아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오토바이와 차들이 배려를 해주는 편이다. 도착한 미술학원(?)에서 툭툭이를 그렸다. 무작정 걷다 지친 아들은 숙소에 돌아가 놀기 원했다. 덕분에 나는 독서, 아들은 개미 잡기 등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수영장도 아이가 놀기에 적절하고 핑강이 바로 눈앞에서 있어 감동이었다.



2. 치앙마이대학 때문에 선택한 홀리데이 인 가든

두 번째 숙소는 홀리데이 인 가든이다. 정원이 마음에 들어서, 가격이 착해서 예약했는데 방이 퍽 낡았다. 다음에 온다면 이 숙소 바로 앞에 있던 이비스를 선택할 생각이다. 물론 세 번째 숙소인 POR 가격이 그대로라면 우리는 치앙마이에선 오직 POR에만 있어도 좋겠다.


짐을 맡기고 치앙마이대학으로 갔다. 볼트를 이용해 오토바이를 잡았다. 스릴 만점이었다. 아이와 함께 태워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팁도 주었다. 다음날 아침엔 볼트로 택시를 불러 일단 왓아룬으로 갔다. 조용한 산에는 금탑이 있었고 높지 않아 아이와 걷기 딱 좋았다. 조금 더 걸어 반캉왕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예술의 마을이라는 이곳에는 수제품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는 DIY 체험으로 코끼리 키링을 만들었고, 구경 끝에 시원한 두리안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택시가 너무 안 잡혀서 우리는 오토바이를 잡아 동물원으로 갔다. 뜨거운 햇살 아래 오토바이로 동물원을 가는 길은 아찔했다. 오토바이 중간에 앉은 아이가 조는 게 아닌가! 무사히 도착한 우리는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는 쇼를 보았고, 잠깐 저녁을 먹었다. 저녁 먹을 식당이 마땅하지 않았지만 아들이 찰밥과 무삥을 맛나게 먹어 다행이었다. 어두워질 무렵 댄스쇼를 끝으로 우리는 트램을 탔다. 나이트 사파리는 어두운 정글을 트램을 타고 동물을 만나는 것이다. 아이는 쉬지 않고 말을 하며 트램을 즐겼다.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 트램을 타고 동물들을 보며 환호하는 일은 축제와 같았다.


다음 날, 어제 부랴부랴 검색 끝에 찾아낸 차다 카페를 목적지로 정했다. 아이를 위한 계획이었다. 동물과 흙이 함께 하는 놀이터 카페. 볼트는 다행히 조금 먼 그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아니 정확하게 나의 아들은 퍽 즐거워했다. 양과 염소들에게 먹이를 주고, 강아지들을 쓰다듬고 돼지와도 눈을 맞추었다. 덕분에 엄마는 독서 가능. 하얼빈을 다 읽고 마야몰에서 원서 한 권을 득템 한 것이 다행이었다.


그런데 또 볼트가 안 잡힌다. 또 걸었다. 큰길로 나가면 볼트가 잡히리라. 역시 내 예상이 맞다. 볼트를 잡아 다시 치앙마이대학교로 왔다. 그린라테와 아보카드가 올라간 빵을 즐기며 책을 잠시 본다. 치앙마이대학교 안의 호수는 바라만 봐도 힐링이었다. 여행 내내 세 번은 온 것 같다.


3. 수영장, 신선한 조식, 완벽했던 POR

드디어 마지막 숙소로 옮기는 날이다. 느긋하게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첫날 방까지 짐을 들어주신 친절한 직원 아저씨가 손을 흔들어 배웅해 주셨다. 체크인 시간 전인데 가능한 룸이 있어 체크인을 했다. 숙소의 고양이와 놀다 함께 놀던 한국인 9세 누나와 친해졌다. 둘은 그렇게 한참 깔깔깔 놀더니 수영도 함께 했다.


해가 지려할 때, 모두들 밖으로 간다. 야시장이 시작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밖으로 나가 야시장을 구경하며 거리의 음식들을 맛보았다. 할머니가 파시는 애플파이는 행운이었다. 다시 가보았을 때 푸딩은 품절이었다. 또한 로띠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빵을 사랑하지만 한국에서도 절제하던 밀가루를 겁도 없이 먹었다.


한국의 12시는 태국의 10시. 그러니까 남편이 도착하기로 한 12시는 한국의 시간이고 태국에서는 10시였던 것이다. 아뿔싸. 피켓 들고 기다리기로 했는데. 부랴부랴 볼트를 불러 공항으로 달려갔다. 남편을 만나 숙소로 왔다. 짐을 내려놓고 저녁을 먹지 못한 남편을 위해 나왔다. 그런데 늦은 밤, 식당은 바 bar로 변해있었다. 하여 버거킹. 남편의 첫 끼니가 아쉬웠지만 반가움의 크기로 날렸다.


사실 주말은 치앙마이에서 특별하다. 일주일에 단 한 번, 주말에만 하는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다. 토요일 목적지는 Jingjai 마켓이다. 나의 눈은 휘둥그레했지만 아이는 자신의 장난감이 안 보인다고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남편과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동안 열심히 둘러봤다. 먹거리도 역시 호기심을 자극했다. 셋이 함께 두리안을 맛보기로 하고 므앙마이 시장으로 갔다. 볼트가 안 잡혀서 조금 걸었는데 그리 멀지 않았다. 므앙마이 시장의 두리안 가격은 정말 저렴했다. 망고도 함께 구입했다.(성태우에 망고를 두고 내린 일은 두고두고 가슴이 아프다.) 므앙마이 시장에서 코코넛 과육의 탱글탱글한 맛을 알아버렸다. 코코넛 껍질을 프로페셔널하게 까주시던 사장아주머니가 눈에 선하다. 우리에게 마지막인 토요마켓, 5시 즈음 우리는 올드타운 인근에서 열리는 토요마켓으로 갔다. 셋이 함께 구경도 하고 음식도 먹고 즐거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직 마켓을 돌고 돌며 엄청난 일정을 소화한 것 같다.


다음 날, 역시 조식을 풍성하게 즐긴 우리는 9시까지 데카트론으로 가야 했다. 지난주에 못한 풋살 프로그램을 위해서다. 볼트 잡는 것도 이제는 익숙하다. 우리는 먼저 데카트론에 도착해 몰을 구경했다. 다양한 캠핑장비, 스포츠웨어가 눈에 띄었다. 9시가 되어 아이는 풋살, 나는 요가 체험을 했다. 남편은 여유롭게 우리를 사진에 담았다. 다음 일정은 엘리펀트푸푸다.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체험하는 곳인데 매우 알찼다. 다소 멀다는 말에 고민했는데 가길 잘한 것 같다. 볼트도 잘 잡혔다. 길도 전혀 구불하지 않았다. 예약을 안 하고 가서 약 1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덕분에 커피타임도 가지고 여유롭게 둘러도 보았다.


월요일엔 치앙마이대학이다. 남편과는 처음이다. 호수는 여전히 아름답다. 카페로 가서 차도 맛보았다. 정문으로 걸어 내려오며 치앙마이대학의 야시장도 구경했다. 시간이 잘도 간다.


화요일, 먼저 조식을 즐겼다. 매일 신선한 과일과 요구르트가 나오는 조식은 행복이다. 오전에는 지인들을 위한 선물을 사러 빅 C 마켓에 다녀오기로 했다. 가는 길, 타페게이트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마누행 비누와 건망고 등을 샀다. 걸어가는 길이 쉽지 않았지만 여행에서 걷기는 큰 즐거움이다. 돌아오는 길은 짐이 있어 택시를 탔다. 근처 블루누들에서 국수를 먹었다. 숙소에 온 우리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수영을 하고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숙소에서도 시간을 많이 보내는 가족들이 있는데 우리는 함께 하는 5일 동안 유일한 시간이었다. 저녁 우리는 성태우를 타고 도이수텝으로 갔다. 야경은 퍽 아름다웠는데. 아이는 졸려했고 남편은 멀미로 힘들어했다. 그래도 지나가던 사람이 먼저 가족사진을 찍어주시겠다 하여 인생샷이 남았다. 역시 친절한 태국인들.


수요일, 우리는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했다. 5일 내내 있었던 숙소 스텝들과 인사도 나누고 짐을 맡겼다. 공항 가기 전까지 올드타운을 즐기기로 했다. 올드타운의 곳곳이 새롭게 보인다. 가야 할 날이라 그런가? 올트타운을 여유롭게 걷다가 공항으로 갔다.


아이와 함께 한 가장 긴 여행이었다.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좋은 숙소를 어느 정도 포기한다면 적절한 비용으로 여행이 가능하다. 남편은 평소에 검소하던 아내가 과감하게 항공권을 결제할 때면 놀랍다고 한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있나 보다. 예전엔 책 살 때 그리 돈이 종이 같더니 요즘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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