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1

방콕에서의 8일

by 다정한

2022년 1월, 아이와 둘이서 태국을 향했다. '마약'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꺼렸던 것 같다. 그러나 다녀와서 보니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이해되었다. 푸껫, 파타야 등 섬으로 여행을 가는 분들도 많지만 우리는 일단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일주일 7박 8일을 머무를 예정이다. 6시간 비행기를 타고 1월 1일 새벽 1시경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왔다. 구글을 통해 눈 빠지게 고른 숙소의 입지는 안성맞춤이었다. 숙소 세 곳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본다.


1. 룸피니공원

먼저 방콕에서 공원을 찾았다. 그리고 룸피니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7박을 코튼살라댕에서 머물며 룸피니공원만 가려다가 첫날 새벽 도착이고, 다양한 숙소를 경험하고자 나중에 변경했다. 탁월한 선택이다.


첫 3박 숙소는 YWCA다. 한국인은 1도 없었다. 가성비 매우 좋다. YWCA호텔을 싱가포르에서 묵은 적이 있다. 그때는 단체숙박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사실 방콕 YWCA는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고 Wifi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쯤 하면 최악인데. 덕분에 숙소에 있지 않았다. 딱 잠만 잤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바로 룸피니공원으로 향했다.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위치였다. 조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도 뛸까?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다. 걷다 보니 또 간이식당이 있는 곳이다. 아들은 아침으로 쌀국수를, 나는 과채주스를 한 잔 했다. 옆에 앉으신 방콕 할아버지께서 아이에게 젓가락 사용법을 알려주셨다. 그들의 눈빛 속에 방콕의 친절함이 느껴졌다.


도마뱀도 보고 오리배도 탔다. 무려 무료다. 뭔가 행운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는 오리배로 공원을 즐겼다. 오리배 기사를 자처한 아이 덕분에 더 우아하게 공원을 바라보며 사진도 찍었다. 도마뱀, 까마귀도 눈에 띄었다.


첫날부터 시장은 아니지만 일요일에만 열린다는 '짜뚜짝시장'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어린이 할인은 없었고 1인당 40밧(1500원 정도)이 살짝 넘었다. 가는 길에 발견한 호수와 공원, 놀이터 마저 좋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한 참 놀았다.

태국 여왕은 마약 퇴치를 위해 커피 문화를 활성화했다고 한다. 가장 활성화된 카페가 아마존, 그곳에서 라테(55밧 2200원 정도) 도 한 잔 마셨다. 한국의 타이마사지는 1시간 4~5만 원이지만 이곳은 평균 250밧(8200원) 정도니 차이가 크다. 물론 600밧(20000원)이 넘는 좋은 곳들도 많았다. 둘이 발 마사지를 받았다.


월요일은 관공서가 문을 닫을 것 같아 쿠킹클래스를 예약해 두었다. 활동은 클룩을 이용해 예약했다. 숙소와도 크게 떨어진 곳이 아니어서 걸어서 실롬으로 했다. 여러 나라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수업을 듣는다고 했는데 오늘은 사람이 너무 많은지 국적별로 체험에 들어갔다. 한국사람들로만 이뤄진 시간, 다소 어색했지만 금방 적응하고 함께 웃었다. 좋은 재료로 맛을 내는 시간 역시 힐링이었다. 하나하나 어쩜 그리 맛있는지 감탄을 하며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똠양꿍, 파타야, 그린카레, 망고밥까지 모두 맛이 좋았고, 수업은 즐거웠다.


2. 마나하콘, 박물관, 미술관, 왓아룬

걸어서 도착한 두 번째 숙소,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비스 실롬, 나도 격하게 칭찬한다. 다소 일찍 도착했지만 바로 체크인이 가능해서 탑층의 수영장도 즐겼다. 무엇보다 따뜻한 물이 나왔고, 수영장에 조식까지 가성비 대대박이었다. 당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격이 좋았는데... 사실 창문이 없다는 함정이 있다.


마하나콘에서 보는 야경이 좋다고 하여 수영 후, 길을 나섰다.(방콕의 1월은 낮시간이 아니면 수영하기 어려운 날씨다.) 마하나콘 역시 숙소에서 멀지 않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모인 것 같은 이곳에서 다양한 언어와 모습의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정말 세상이 넓구나. 이 넓은 세상에서 나는 잘 살고 있나?

그나저나 아들은 유리로 만들어진 바닥도 무섭지 않은 것 같다. 야경까지 보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아이의 배고픔에 내려왔다.


이비스실롬에서의 둘째 날, 방콕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방콕에는 매우 많은 교통수단이 있다. 오늘 갈 곳은 지하철 또는 지상철이 닿지 않는 곳이라 볼트라는 어플로 택시를 잡아보았다. 참 편리한 시스템이다. 박물관 다음은 미술관이다. 이번에는 툭툭이를 타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국립미술관이 공사 중인가 문을 닫았다며 시암박물관에 내려주셨다. 또 박물관? 그렇게 아무런 기대도 없이, 어떤 곳인지도 모른 채 방문한 시암박물관은 너어무 좋았다.

"엄마, 박물관이 왜 이리 재미있어?" 국립박물관이 믹스 커피라면... 시암박물관은... T.O.P? 하하하. 더 모던했고, 디지털화되어 있었고, 체험존이 많았다.


구글로 여기가 어딘가 보았더니 왓포 근처다. 조금 더 가면 왕궁이니 좀 둘러볼까? 가는 길에 맛난 망고도 사 먹고,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사 먹으며 행복을 누렸다. 또 이끌리듯 배를 타고, 왓와룬으로 갔다. 전혀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는데... "툭툭 아저씨 고마워요. 최고의 여행이 되었습니다." 뜻밖의 여행은 뜻밖의 행복을 준다.


3. 짜오프라야강, 아이콘시암, 수상보트(배)

다음 숙소는 짜오프라야강이 보이는 곳이다. 강줄기를 따라 매우 많은 럭셔리 호텔이 많지만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이비스 리버사이드로 정했다. 시설이 낙후되었다는 평이 있었지만 수영장 뷰에 반해서 예약했다.

숙소 이동을 위해 버스를 탔다. 숙소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지도로 노선이 표시되어 있었고 내가 가야 할 곳을 인지하기 어렵지 않았다. 안내양이 있는 버스는 정겹다. 그리고 매우 가격이 착하다.


전체적으로 오래된 느낌이지만 이전 숙소들에 비해 방이 넓다고 느껴졌다. 역시나 수영장이 최고다. 짜오프라야강이 바로 눈앞에 있다. 도착하자마자 체크인이 되었고(12시 전) 바로 수영을 하러 갔다. 아이가 수영하는 동안 나는 책을 읽었다. 옆 선베드에서 외국인 할아버지도 독서 중이다. 할머니와 함께 수영장에서 독서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수영 후 인근의 시암파라곤으로 갔다. 매우 큰 백화점이다.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없는 게 없는 듯한 이곳에 대규모 키즈카페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역시 아이가 들어가고 싶단다. 아이만 보내는 시스템도 있는데 이미 마감되어서 아이 혼자는 입장이 안된다 하여 함께 입장하여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에도 또 갔다. 이번엔 배를 타고 아이콘시암으로도 가보았다. 건너편 아시아티 배가 왔다고 해서 탔는데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 곳인데 하염없이 올라가니 왓아룬이 보이고 키오산로드의 숙소들도 보였다.

배를 타고 보는 방콕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다시 돌아가려면 요금을 내야 한단다. 나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크루즈 못지않은 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아시아티크를 빠르게 돌아보고 막차인 7시 배를 탔다. 작지만 놀이기구가 있었고, 그렇게 먹고 싶다던 터키 아이스크림도 맛보았다.


방콕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즐거웠다. 다음은 치앙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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