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2』: 기회 부여를 통한
인재 육성

- 재키 로빈슨은 어떻게 메이저 리거가 될 수 있었나? -

by BYC

1947년 4월 15일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개막전에 1루수로 출전한 선수가 있다. 바로 흑인 최초의 메이저 리거인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이다. 영화 ‘42’는 흑인인 재키 로빈슨(채드윅 보즈만)이 어떻게 인종 차별의 벽을 극복하고 메이저 리그에 입성하여 활약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자 로빈슨의 등번호인 ‘42’는 현재 모든 메이저리그 모든 팀에서 영구결번이 된 유일한 번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10년간 그는 통산 3할 1푼 1리의 타율, 19번의 홈스틸을 포함한 197회의 도루, 6번의 올스타 선정 등의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미국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키, 로빈슨에게 기회를 주다


로빈슨이 역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브랜치 리키(Branch Rickey)다. 브루클린 다저스의 구단주인 리키(해리슨 포드)는 1945년 봄 다저스로 흑인 선수를 데려올 것이라는 대담한 계획을 주변 직원들에게 밝힌다. 직원들은 불문율을 깸으로써 신문들의 비판은 물론이고 브루클린에서 매장당할 거라고 말하면서 반대한다. 하지만 야구계에서 인종의 벽을 허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리키는 흑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리키는 야구에 대한 재능도 중요하지만 백인들이 깔보지 못하는 배경,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성을 고의로 해치려고 하는 그 모든 의도에서 버텨낼 수 있는 용기와 인내심을 가진 선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많은 후보자들을 살펴본 후, UCLA 출신으로 풋볼과 육상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사관후보학교 졸업 후 장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로빈슨이 적임자라고 판단하였다.


로빈슨을 만난 리키는 “자네 성질을 다스릴 수 있겠나? 나는 싸우지 않는 용기가 있는 선수를 원하네. 너의 반응을 얻기 위해 저주와 욕설의 메아리가 끊임없이 너에게 쏟아질 거야. 자네가 훌륭한 신사인 동시에 뛰어난 야구선수라는 것을 보여줘야 해. 이를 위해 다른 쪽 뺨마저 대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겠나?”라고 말한다. 이에 로빈슨은 “내게 유니폼과 등번호를 주면 나의 용기를 드리겠다.”라고 대답한다. 로빈슨은 계약한다.


리키는 로빈슨을 우선 마이너리그로 보낸다. 리키는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감독에게 “로빈슨을 공정하게 바르게 관리하든지 아니면 실업자가 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로빈슨을 다른 동료들과 똑같이 대우하라고 말한다. 또한 로빈슨이 빅리그에 데뷔한 후 남부 출신의 주전 선수들이 ‘흑인과 함께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그러자 리키는 “만약 로빈슨과 함께 뛰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조건이 맞는 팀이 나오면 트레이드를 해주겠다”라고 선언하는 등 내외부의 압력에 단호하게 대처했다.


“왜 이렇게 하시죠?”라는 로빈슨의 질문에 리키는 “나는 기회주의자이다. 당신과 그리고 내년에 올라오기를 희망하는 흑인 선수들로 월드 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는 팀을 만들 거야. 그리고 월드시리즈는 돈이 되네.”라고 대답한다. 로빈슨의 표정은 그의 말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인도적이든 경제적 이유이든 간에 리키는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로빈슨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불문율을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로빈슨에게 기회를 부여한 리키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이 흑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발하게 활약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 상당히 늦춰졌을 것이다.


오가 노리오, 소니 게임 사업의 서막을 지원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개인의 역량이 탁월하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소니는 1980년대 말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슈퍼 패미콤’에 소니의 컴퓨터 디스크 기억장치 ‘CD-ROM’를 장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탁월한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한 소니가 기술 개발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게임 사업을 소니에게 헌납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한 닌텐도는 소니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필립스와의 제휴를 선택하였다. 소니는 이제 단독으로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진출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만 했다.


당시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구타라기 켄은 소니가 개발하고 있는 3D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는 새로운 포맷을 활용하면 닌텐도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놀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게임사업 참여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구타라기는 고집이 세고 상사와의 관계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에 대한 사내의 일반적인 평은 다음과 같았다.

“구타라기는 재능이 지나쳐 탈이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과 충돌을 일으켜 사내에 적이 많았다. 그가 어디 있든 그를 비난하고 반대하는 사람들뿐이었다.”


대부분의 임원들은 게임기 시장에 단독으로 진출하자고 주장하는 그의 의견을 지지하지 않았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과 경영 환경도 다르고 경쟁 상황이 급박하게 변화하는 게임 산업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한몫을 했다. 그런데 당시 소니 CEO였던 오가 노리오는 구타라기의 아이디어에서 가능성을 보고 사업 추진을 승인하였다.

“나는 각오를 단단히 했다. 구타라기의 아이디어에 감명을 받고 이 사업은 기필코 성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CEO로서 구타라기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실제로 한 부품업체가 반도체 주문량에 대해 일정 기간 회사가 보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에 대해 ‘회사가 보장해 줄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 내가 보장해 주겠다.’라고 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구타라기의 창의적 역량이 뛰어나고 열정이 높았다고 하더라도 오가 노리오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게임 산업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플레이스테이션’은 시장에 출시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소니의 게임사업부문은 회사 전체 매출의 약 32%를 책임지고 있는(2022년 및 2023년 기준) 소니의 가장 큰 사업부문이다.


혁신적 산출물은 단지 어떤 구성원의 역량이 좋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인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선택되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들이 그들의 역량을 제대로 꽃 피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구성원들은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상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분명한 것은 기회 없는 조직은 인재를 잃고, 결국 미래도 잃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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