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어』: GOAT를 잡아라

-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을 어떻게 품에 안았나? -

by BYC

[예전 타 잡지에 기고한 글을 수정/보완했습니다.]


신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TV나 잡지의 광고 또는 길가의 매장에서 에어 조던(Air Jordan)을 상징하는 손을 뻗어 공을 들고 날아오르는 듯한 실루엣 형태의 마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 에어(Air, 2023년 개봉)는 나이키(Nike)를 신발 업계의 아이콘으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에어 조던’의 탄생 비화를 다루고 있다. 당시 나이키의 농구 마케팅 담당이었던 소니 바카로(Sonny Vaccaro)의 관점에서 나이키가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GOAT: Greatest Of All Time)라고 불리는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을 어떻게 품에 안을 수 있었는지 살펴보자.


미완의 대기를 남보다 먼저 발굴하다


1984년, 나이키는 농구화 시장에서 컨버스(Converse), 아디다스(Adidas)에 밀려 업계 3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이키는 자사 브랜드의 모델이 될 새로운 선수를 찾고 있었다. 후보자 리스트 상위에 있는 선수들은 다른 기업이 이미 선점했거나 나이키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나이키 관계자들은 리스트 5~20 순위에 있는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면서 3명의 선수를 선택하여 모델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대상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비디오로 살펴보던 소니 바카로는 1982년 챔피언 결정전에서 조던이 결승 슛을 던지는 장면을 보고 그의 탁월함과 잠재력을 인식한다.


대학을 중퇴하고 드래프트 순위 3번으로 프로에 입단한 조던이 GOAT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바카로는 경영진에게 세 명의 선수와 계약하는 데 사용할 25만 달러를 마이클 조던 단 한 명과 계약하는 데 투자해 그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동료나 상사는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거는 것은 매우 리스크가 크다고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바카로는 그 필요성에 대해 계속 역설하였고 결국 조던 스카우트에 대한 허락을 받는다.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Right People(최적의 인재)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휴렛팩커드의 공동창업자인 팩커드(David Packard)는 ‘어떤 기업도 기업 전략을 실행할 Right People을 확보할 수 없다면 지속적으로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는 팩커드 법칙을 주창했다. 이와 같이 최적의 인재를 찾는 것은 기업 경쟁력 확보의 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처럼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닌, 조직의 성공 정의를 다시 쓸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바카로는 조던에게서 농구뿐만 아니라 나이키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남보다 먼저 엿본 것이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치 제안 만들기


마이클 조던 스카우트에 대한 허락을 받았지만 문제는 조던이 아디다스를 좋아하고 그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렵사리 조던과의 협상 기회를 마련한 바카로는 어떻게 하면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생각한다. 고민 끝에 바카로는 조던만을 위한 신발 라인을 만들기로 결심을 한다. 선수가 신발을 신는 것이 아니라 선수 자체가 신발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이었다. 그리고 밤을 새워 신발 프로토타입을 제작한다. 협상 당일 바카로는 조던에게 “신발은 누군가 신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당신이 이 신발을 신는 것은 당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이다. 이 테이블에 있는 모든 사람 중 당신만이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나이키는 오랫동안 농구 스타를 찾고 있었고, 당신이 그 스타라고 믿는다”라고 말한다.


나이키는 조던이 GOAT가 될 것이라고 믿고 이를 함께 만들어 가기로 온 힘을 다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조던이 아디다스가 아닌 나이키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제안한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조던의 선택만이 남았다.


규칙을 깨어버리고 리스크를 감수


조던 측의 최종 의사결정 결과를 기다리던 중 바카로는 조던의 어머니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나이키 측의 제안에 한 가지 조건만 덧붙일 수 있다면 계약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그 조건은 바로 조던의 이름이 새겨진 신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바카로는 지금의 비즈니스 행태가 그렇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녀는 비즈니스는 원래 불공평하지만 가끔씩 아주 비범한 사람이 나타나면 대가를 나눌 수밖에 없을 거라며 관행이 달라져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바카로는 나이키의 설립자이자 CEO인 필 나이트(Phil Knight)에게 조던 측이 매출의 일정 부분을 요구하기 때문에 계약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이트는 만약 조던이 바카로가 생각한 대로의 성과를 낸다면, 이는 회사에 일어날 일 중 최고가 될 것이며 거기에 투입된 돈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깨어버린 규칙들로 인해 기억될 거야”라고 말하면서 계약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한다.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선도기업과의 경쟁에 있어 후발기업이 동일한 전략으로 승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미 선도기업들은 고객 및 투자자의 선호, 우수인재 확보의 용이성, 비용 측면의 강점 등을 바탕으로 시장지위를 견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후발기업은 이전 방식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싸우는 방식이 필요하다. 나이키 역시 이러한 이유로 기존의 관행을 깨어버리고 위험을 감내한 새로운 방식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결과는? 모두 다 알고 있듯이 ‘에어 조던’은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둔다. 이를 기반으로 나이키는 2003년에 컨버스를 매입하는 등 신발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동시에 조던의 선례는 향후 선수와 선수의 가족들에게 엄청난 금액적 혜택을 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에어조단은 지금도 매년 1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매출액의 5%가 조던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최근 나이키는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5년 2월 말 기준(나이키는 5월 말 결산 기업)의 분기별 매출은 전년 동일 기준 9%나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일 년간 주가 변동 사항을 보면 ‘24년 7월 최고가를 기록한 후 30% 이상 하락한 모습을 보인다. 새로운 혁신 기술, 가격 경쟁력 등을 들고 나온 경쟁사들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부진에 빠진 것이다. 나이키는 이제 ‘에어 조던’을 뛰어넘는 또 다른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만 하는 기로에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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