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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개미 Sep 26. 2020

003. 다하다

안녕하세요,하다씨


마음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_아마도 아스파라거스 ‘당신은 재즈처럼’


후회는 이미 끝난 일에 대한 나의 반응, 무언가에 마음을 다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심리현상이다.

후회하지 않는 방법은 단 하나, 그 순간에 마음을 다하는 것뿐이다.
열렬히 사랑하지 못해서 후회하고 사랑한 적이 없어 후회한다. 대부분의 후회는 너무 열심히 해서 일어나기보다 그렇지 못할 때 더 잘 드러난다. 물론 요즘 시대에 너무 열심히 일한 것에 후회한다고들 하지만 내 삶의 후회는 대부분 마음을 다하지 못함에 있었다. 올해 후회하지 않는 일이 있다면 한국을 잠시 떠나온 것인데 이 안에도 돈을 더 모아 오지 못한 과거의 나와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무의미하게 사는 내 모습에 대한 후회가 마음속 구석진 자리에 숨어있다.

사실 어떤 현상은 후회의 조건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 후회는 현상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그리고 과거의 나를 마주할 때만 발견할 수 있는 나의 흔적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좀 더 할 걸 그랬어.
엄마 아빠한테 연락을 좀 더 자주 할걸.
언니한테 좀 친절하게 대할걸.
오늘은 뭘 좀 해볼걸,
밥 좀 덜 먹을걸.

단편소설 속 수많은 문장 중 유독 이 문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끝이 나야만 사용할 수 있는 ‘다하다’와 ‘후회하다’라는 말을 동시에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후회는 미련과 함께 찾아온다. ‘마음 다해 사랑했고 마음 다해 하루를 살았다’라는 말에는 단순한 종료의 의미를 넘어 힘써 행했다는 전제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마음을 얼마큼 썼는지 생각해봤다. 오늘도 마음-껏 살지 않은 나의 마음속으로 오늘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밀려들어왔다.  

언제쯤이면 소설 속 주인공처럼 ‘마음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이 지나면 사라질 오늘 마음의 분량을 쌓아둔다.

그렇게 미련해서 미련을 남기며 살고 있다.

내 마음을 뛰게 할 무언가를 찾아야겠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꿈이든, 내 마음이 다할 때까지.


2007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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