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를 생각하다
지난 주말 가족들이 나들이 장소를 고민하다 여행에 진심인 장모님께서 임실 당일치기 여행을 건의하셨다. 지난달부터 전라도 지역에 대설특보도 종종 내렸고, 덕유산에도 눈이 많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눈구경하기에는 좋겠지만 도로 상황이 좋을 것 같지 않아 근처 나들이로 변경했다. 아이와 약속한 것도 있어 나와 아이는 서면 마리 앤 주라는 동물원에 다녀왔고 아내와 장모님은 덕분에 전포동 카페거리의 복잡함을 직점 체험하였다.
아이도 그렇고 장모님께서도 눈을 참 좋아하신다. 아내도 아이와 장모님만큼은 아니지만 눈을 좋아하는 편이라 겨울만 되면 강원도로 종종 여행을 간다. 하지만 나는 딱히 눈을 좋아하지 않고 눈을 극혐 하던 감정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은 낭만과 순수의 상징이 아닌 경계와 주의의 상징으로 작용해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몸에서 경계태세가 발동한다.
특히 눈길주행이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 눈 쌓인 도로를 달리는 것은 엄청난 주의와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에 일기예보 중 눈 소식은 항상 관심을 가지고 확인한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마트폰 충전을 하는데 눈 예보가 있길래 설마 또 눈이 오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지난주 금요일 아주 잠시였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왔기에 '설마'라는 생각은 '아니나 다를까'로 바뀌었다.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얀 눈이 쌓여 있어 깜짝 놀랐다. 설마 했는데 정말 눈이 내렸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부산의 눈 내린 정경을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볼 수 있는 축복이라 생각해 눈을 좋아하는 아이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눈이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침대에서 용수철처럼 일어났고 강아지처럼 거실을 뛰어다니며 눈이 왔다고 소리쳤다.
당장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갈 기세라서 흥분한 아이를 진정시키고 거실 창밖에 서서 눈 내린 풍경을 바라보았다. 하얀 눈에서 뿜어 나오는 고요함과 적막함이 주는 아침 풍경은 따뜻한 남쪽에서 누리기 힘든 축복이다. 지난주 내린 눈보다 더 많이 내려 도로에 쌓일 정도였으니 정말 기대하지도 못했고 쉽게 볼 수 없는 정경이기에 아이와 함께 넋 놓고 함 참을 바라보았다.
[자막뉴스] "이틀간 100명이 죽었어요"…손쓸새 없이 벌어진 '참극' / JTBC News - https://youtube.com/watch?v=z3KuZsbPBAM&si=SIpfKc4nZ-N5Tjlr
출근 준비를 하며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눈이 많이 내렸다는 뉴스를 들었다. 연관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폭설이 내린 이상 기온현상이 일어났다는 뉴스도 있었는데 며칠 전 들었던 대만 관련 뉴스가 떠올랐다. 대만에 관련된 기상 관련 뉴스는 대부분 지진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대만에서 이틀 동안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으로 지진 때문일까 생각했는데, 지진이니라 폭설로 인한 기온 변화 때문이었다. 아열대 기후인 대만은 대체적으로 난방이 되어 있지 않는데 겨울의 평년 기온이 영상 10도 정도인데 이례적인 폭설로 인해 기온이 영상 5도까지 내려가고 교통이 마비되는 등 이상기후에 대한 심각한 피해가 일어났다.
'북극발 한파'의 영향으로 이상 저온 현상이 일어나 심혈계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심정지가 일어나는 등 한파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있었다. 기온이 내려가면 혈압이 높아지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난방 시설이 거의 갖추어지지 않은 대만 사람들에게는 재설장비를 쓸 필요가 거의 없는 부산 사람들처럼 대처하고 싶지만 대처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대만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떤 곳에는 무려 3M가 넘는 눈이 쌓여 도로는 물론 일상이 마비되었다는 뉴스를 보았기에 다음 달 예정된 홋카이도 여행이 걱정되기도 한다. 제설작업만 잘 되어 있다면 큰 문제없겠지만 기상상황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여행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그래서 매일 홋카이도의 날씨를 확인하며 문제없기를 기도한다.
홋카이도야 원래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상관없지만 겨울 평년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인 아열대 기후인 대만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과 대한민국에서 눈을 거의 볼 수 없는 이곳에 내린 눈을 보며 무엇이 이런 이상기후를 만들었을까 생각해 봤다. 아마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에 따른 여파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순리대로 흘러가는 자연의 이치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과학의 이기심이 자연의 순리를 역행해서 이런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 나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일회용품 덜 쓰기, 플라스틱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등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을 통해 나부터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하나쯤'이 아닌 '나라도 해야겠다'라는 자세로 나의 편리함보다는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 아이에게, 내 아이의 아이에게 지금보다 더 숨 쉬기 좋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물려주는 것인 지구에 먼저 온 여행자로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일 것이다. 달리기 하는 코스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를 보며 주말에 아이와 줍깅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실천하는 환경보호, 이제는 정말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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