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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의도적인 달리기

의미 있는 숫자를 남기고 싶은 욕망

by 조아

2024년 8월 본격적으로 달리기 세계에 들어온 나는 처음으로 10km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여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쉬움 속에 2025년에는 반드시 10km 대회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은 욕심이 있다. 또한 하프 마라톤에도 참가하여 반드시 완주하고 싶은 또 다른 욕망도 숨어있다. 아직 어떤 대회에 참가할지 결정하지 못했지만 나에게 가장 적합한 대회를 심사숙고해서 선택하고 이 욕망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대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후배가 나에게 딱 맞는 10km 마라톤 대회를 추천해 줘서 4월, 10km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며 하프 마라톤은 아직 더 고민을 해야 한다. 대회 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직 하프 마라톤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더 많은 노력과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대회에 참가하고 싶지만 작년처럼 준비 안 된 대회 참가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결단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있다. 이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혹여 낙심하여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작년 감당하지도 못하는 욕심만 앞세워 대회 일주일 전 하프 마라톤을 하고 컨디션을 최악을 상태로 만든 후 10km 대회에 참가했으니 좋은 기록은커녕 완주한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그때 나는 겸손하지 못했고 욕심만 앞선 초보 중의 초보 러너였기에 지혜롭게 행동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은 훈련을 하는 중이다. 첫 마라톤 대회 이후 5km 달리기부터 다시 시작하여 천천히 체력을 끌어올리는 연습을 했는데 러너로 맞이하는 혹독한 첫겨울, 회장실에서 잠시 기절하는 사건으로 인해 주체할 수 없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작년 12월에는 69km밖에 달리지 못했고 추위에 굴복할 뻔했지만 철치부 심하여 다시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2024년 12월 31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굿바이런을 하며 새로운 내년을 기약했다.


2025년 1월 1일, 대구수목원에서 새해 첫 달리기를 하면서 매월 첫날에는 날짜 달리기를 하기로 했고 주 3회 달리기를 하면서 10km 마라톤 준비에 힘썼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리기 연습도 했고, 런데이 동장군 취임식 4주 챌린지에 참가하여 생산적인 러너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 챌린지도 이제 4주 차에 접어들었고 이제 두 번의 도전만 하면 모두 완료하게 된다. 이번 주 업무도 많고 감정코칭 시연 평가 준비도 있지만 시간 관리를 잘해서 동장군 취임식 챌린지를 꼭 마무리하고 싶다.


달리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기록한 글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기록하는 호모러너스쿠스가 되고 있다. 나의 첫 달리기부터 지금의 달리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기억하고 계신 작가님의 증언도 놀랍지만, 6개월 만에 15km 달리기 훈련을 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아직 갈 길이 멀기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반복된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매우 단조로운 반복 훈련을 통해 진정 달리기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 집중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21.1km를 달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25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항상 첫 1km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매달 첫날에는 런데이 1km 달리기 챌린지를 반드시 한다. 3km의 거리를 겨우 달렸던 내가 6개월 만에 15km 거리를 가볍게 달리게 되었지만 그 속에는 항상 멈추고 싶다는 유혹과 싸워 이긴 흔적으로 가득하다. 완주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굳은 의지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어제 그동안 달린 흔적들을 정리하다가 나이키런클럽(NRC)이란 애플리케이션의 누적 달린 거리가 883.8km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미 있는 숫자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차올라, 휴식하는 날이지만 야근으로 일찍 퇴근할 수 있어서 5km 달리기를 했다. 883.8km에서 5km를 더하면 888.8km라는 의미 있는 숫자가 만들어지기에 다분히 의도적인 달리기를 하며 동시에 어제 달리기를 할 때 발생했던 낮은 케이던스라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페이스를 빠르게 하여 달렸다.



페이스가 빠르면 자연스럽게 심박수가 올라간다. 아직 초보러너이기에 심박수가 높게 나오는데, 높은 심박수에서는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서 힘들면 페이스를 늦추고 안정적인 심박수가 유지되도록 하는데, 이마저도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의도를 가지고 달렸고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만족할만한 수준의 케이던스는 아니지만 어제 수치보다 상당히 개선된 것을 보며 만족할 수 있었다.



새벽에는 눈이 왔고 오후 늦게까지 비가 내려 달릴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려, 적절한 시기가 왔을 때 바로 행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휴식하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음 달리기 훈련이 10km 달리기라서 888.8km라는 숫자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도적인 달리기로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888.8이라는 숫자를 보면 주체할 수 없는 미소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제 다음 단계는 1,000km라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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