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맛본 희열
최근 900km의 거리를 함께 달려준 러닝화를 퇴역시키면서 그동안 달리기의 흔적을 살펴보았다. 짧게 달린 거리도 있지만 보통 10km 내외의 거리를 달리려고 노력한 흔적을 보면서 중장거리 러너로 거듭나고 싶은 나의 욕망과 마주할 수 있었다. 러너라면 한 번쯤은 가질 법한 거리에 대한 욕심을 나도 가지고 있기에 이런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달리기 루틴을 확고하게 만들고 싶어 <30일 매일 달리기>라는 프로젝트에 몇 번 도전했지만 사실 상위 10% 러너가 아니라면 매일 똑같은 거리를 달리는 것은 체력적인 관점에서나 회복적인 관점에서 상당히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실력과 체력이 뒷받침해 준다면 모를까 의지와 욕심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 이 프로젝트를 할 실력이 아니라고 느꼈던 결정적인 순간은 바로 부상이었다. 달리기 자세가 흐트러진 것도 아닌데 정강이에서 통증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실력 부족을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실력도 안 되면서 마음만 앞서 달리려고 했으니 몸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제발 멈춰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를 늦춰서 천천히 달리면서 거리를 줄였다. 달리기 마일리지 욕심이 있는 나에게 거리를 줄인다는 것은 정말 과감한 결단이었지만 통증을 방치한다면 부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특단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달리고 싶은 마음과 충분히 더 달릴 수 있다는 또 다른 마음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중도를 지키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진정한 러너는 겨울에 태어난다"라는 말과 같이 러너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여름 무더위와의 싸움에서 무수히 많은 땀을 흘리면서 부상 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조금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간혹 통증이 올라오긴 하지만 달리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라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는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프리드리히 니체
무더위와 습도를 힘겹게 이겨내며 달리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혹독한 추위 속에서 동장군과의 싸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오히려 더위가 수월하다고 자신을 위로하며 달렸다. 8월의 끝이 점점 다가오는 오늘, 매일 조금씩 달린 결과 드디어 지난 3개월 동안 그토록 원하고 바랐던 달리기 마일리지 200K를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283K를 달리면서 달리기 마일리지 300K를 꿈꿨지만 실력이 안 되는 수준 낮은 러너의 허상에 불가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6월, 7월 연속으로 200K 달성 실패를 경험하면서 더욱 체력을 만들어야 함을 느끼면서 보강운동에 집중했고 매일의 작은 노력들이 드디어 빛을 발휘해서 달리기 기준점이 조금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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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부터 815런 미션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면서 총 11번의 성공을 경험했고 기준점이 상향됨을 느꼈다. 모든 달리기의 기준이 8.15km가 되면서 거리도 심박수도 페이스도 성장함을 체험한다. 그 어느 수치 하나도 러너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면 그 수치들이 서로 연결되어 작용됨을 안다면 서로 연결되어 함께 성장하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
10월에 참가 예정인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마일리지 300K 달성이 꼭 필요한 시점이기에 9월에는 꼭 마일리지 300K를 달성하고 싶다. 단순 계산으로 매일 10km의 거리를 달리면 달성 가능하기에 또 한 번의 30일 매일 달리기 프로젝트에 도전하려고 한다. 성장하고 싶다는 욕망을 달리기를 통해 표출시키며 성장통을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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