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는 성장의 환경이다
겨울이 되면 온 세상이 조용해진다. 눈이라도 내리면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대지 위에는 그 어떤 생명활동도 하지 않는 것처럼 고요함과 적막함으로 채워진다. 봄여름 가을에는 쉽게 볼 수 있었던 러너들의 모습도 겨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겨울은 기온이 내려가서 매우 춥다. 30년 넘게 경상도에 살면서 수도권, 강원도와 달리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눈이 거의 오지 않을 뿐이지 따뜻한 남쪽나라, 경상도 지역에도 나름의 겨울이 있고 추운 곳이 있다.
특히 분지 지형인 대구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고 불릴 정도로 여름이 매우 무덥고 겨울에는 찬 공기가 갇혀서 여름 못지않게 춥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부산은 덜 추운 것이 아니라 바람이 불면 기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체감온도는 낮아 추위를 느낀다.
지난 토요일 강풍주의보로 인한 에피소드를 겪으며 바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겨울이라 기온이 낮아 달리기에 고충을 느끼기도 하지만 낮은 기온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이 바로 체감온도를 떨어뜨리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기 전, 기온은 물론 풍향과 풍속도 확인한 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밖으로 나간다. 방한 대책을 강구하고 나간다 할지라도 강풍이 불면 방한 대책이 의미 없을 수도 있기에 여분의 핫팩이나 마스크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눈이 오는 일이 거의 없어 달리기를 하다 미끄러지는 일은 없겠지만 혹여라도 겨울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떻게 달리기를 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할 것이다. 우중런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도 겨울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우비라도 입고 달려야 할지 생각한 적도 있다.
러너에게 있어 겨울은 쉽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런 제약이 있다고 해서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다. 진정한 러너는 겨울에 태어나기에 마치 매미가 우렁찬 울음소리를 내뿜기 위해 7년이란 시간을 땅속에서 보내는 것처럼 달음질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추위를 피해 하루 중 따뜻한 시간에 달리기를 하고 있지만 달리다 보면 점점 떨어지는 기온과 야속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달리고 싶은 뜨거운 열정이 차갑게 식어감을 느낀 적도 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멈추고 싶은 유혹과 싸우며 달리고 달려도 성에 차진 않다.
어서 따뜻한 봄이 오면 좋겠지만 나는 오히려 러너들이 거의 없는 겨울이 좋다. 작년 겨울 추위와 싸우며 달리기 훈련을 한 덕분에 하프 코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기에 이번 겨울에도 달리기 마일리지를 쌓으며 나만의 달리기를 할 것이다. 겨울, 그 자체를 인정하고 더 천천히 달리며 추위와 친숙해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분명히 성장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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