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아이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이유

by 조아

어제는 현충일,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날이자, 공휴일이다. 정각 10시에 울린 사이렌 소리에 맞춰 묵념을 하며 순국선열의 희생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아이가 기다려온 공휴일을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 아빠와 놀이동산 함께 가기‘라는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교통사고 이후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다. 허리에 통증이 있지만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 놀이동산을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진통제를 먹고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을 해본다.


요즘 화물차, 덤프트럭 같이 큰 차를 보면 심장이 크게 요동치기도 하지만 운전은 이력이난 것 중 하나로 편도 200km는 고민하지 않고 출발한다. 편도 200km를 멀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몇 번의 가족여행 동안 3,000km 이상을 운전해 본 경험 덕분이다. 경험해 봐야 안다는 말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운전하는 것을 정말 따분하게 생각하고 싫어했던 내가 무덤덤하게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쉬는 날 집에 있는 것을 정말 어려워하는 아내와 함께 살면서 집에서 쉬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도 점점 바뀌고 있다. 항상 쉬는 날 전에 스케줄을 물어보고 충전을 하고 내부 청소를 하며 가족 나들이 준비를 한다.


아내도 내 성향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무더운 날 밖에서 땀 흘리게 되면 짜증을 내지 않을까 걱정하며 가족나들이 동안 내가 할 일을 알려주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 아내 혼자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 육아는 전담이 아닌 함께 하는 것임을 알기에 더워도 참아보겠다는 당부의 말을 하며 아내를 안심시킨다. 나는 가급적이면 사람이 북적이는 공간에 있는 것을 거려한다. 조용한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성향 때문인데 퇴근 후 도서관에 가면 어떤 날은 문을 닫을 때까지 나 혼자 있었던 호사를 누렸던 적도 있다. 무더운 초여름 대구 날씨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의 소원들 들어줘야만 한다.


아이는 겁이 많다. 누가 봐도 무서운 외모의 아빠를 둔 운명 때문인지 몰라도 겁이 많은 아이는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서워서 못 타는 경우도 있어서인지 몰라도 아빠와 같이 가는 것을 소원이라고 한 것 같다. 아이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 중 물살을 가르며 내려오는 후룸라이드는 개장 오픈 런에도 불구하고 벌써 기대줄이 길다.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내 성향을 아는 아내가 눈치를 보지만 아이의 손을 잡고 순서를 기다리며 40분 정도 있으니 우리 차례가 되었다. 정말 재미있다는 아내의 말에 아이는 보트 제일 앞에 탔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구간 전까지 탐험하는 기분이라며 콧노래를 불렀지만, 급강하하는 구간에서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사방에 물이 튀어 눈물이 아닐 수 도 있겠지만, 자기를 속였다며 분노를 표출하였다.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아내는 아이와 10번의 미니 바이킹을 다는 동안 나는 장모님과 카페에서 기다리며 책 한 권을 보는 호사를 누렸다. 더위에 지친 아내를 대신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이와 함께 동물을 만져 보기도 하고, 먹이 주는 체험을 한다. 동물을 싫어하는 아내대신에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나와 아이는 더운 날씨에도 동물을 찾아다니며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아내도 장모님과 휴식을 취하며 놀이동산에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부모님과 함께 간 놀이동산의 추억이 있는 나도 아이에게 이 시간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다. 원래는 사람이 보다 적은 평일에 가려고 했지만 이미 체험학습 일수를 거의 소진한 아이에게는 공휴일밖에는 시간이 없다. 연간회원으로 지겹도록 사촌동생과 함께 간 에버랜드에 가는 것을 조금 더 크면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 울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 허리춤까지 올 정도로 많이 컸다. 뒤돌아서면 한 뼘 자란다는 말이 이 뜻이었을까, 아이는 빠른 속도로 자라고 부모님은 더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엄마의 아들이자, 아이의 아빠로 중간에 있는 내가 효도와 육아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아내에게 휴식을 주고 아이와 단 둘이 본가에 가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효도이자, 육아를 함께 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어제 내가 이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모두 나라가 위태로웠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가의 부름에 응답한 호국선열의 희생 덕분이다. 그분들의 자녀는 아빠를 잃고 아빠와의 시간을 다시는 보낼 수 없게 되었지만, 그 희생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고, 나의 아이가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도 그분들처럼 국가와 국민에게 기여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어떤 방법으로는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아이도 호국선열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오늘도 명심하며 아이와 함께 놀이동산에 간 첫 경험을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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