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메모

아빠를 배려하는 마음

by 조아

우리 집은 평일과 주말 스케줄이 확연히 차이가 있는데 평일은 내가 퇴근을 늦게 하는 경우가 많아 아내가 아이와 하교 이후 시간을 함께한다. 주말에는 거의 집에 있기보다는 나들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함께 하지만 아이들 가족 모임이 있는 경우나 아내 친구를 만나는 경우에는 나에게 자유시간이 허락된다.


나의 극강 집돌이 유전자를 50% 물려받은 아이는 때론 나들이 대신 집에 하루 종일 있고 싶어 한다. 이것은 아내가 정말 견디지 못하는 것 중 하나인데 아이가 집에 있고 싶어 할 때마다 유창한 화술로 아이를 설득해서 나들이 파트너로 함께 하곤 한다. 아이가 집에 있고 싶어 하는 이유는 분명한데 나와 만들기 놀이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https://youtube.com/@sowonyplayground?si=MuvgZgampDRXJJD-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평소 <소워니 놀이터> 유튜브 채널을 즐겨보는데 맘에 드는 만들기 아이템을 기억하고 있다가 내가 퇴근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려준다. 무료도안도 있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은 대부분 유료도안이기에 아내 몰래 유료구매를 하여 아이와 함께하는 주말 시간에 투자한다. 밖으로 나들이 나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비용을 절약하며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주말은 잇몸에 염증이 생겨 퉁퉁 부어올랐기에 평소 입에 대지도 않는 죽을 먹으며 보냈기에, 이런 나의 성향을 알고 있는 아내가 보기에도 안쓰러웠는지 아이를 다독여 나들이를 갔다. 저녁도 죽을 먹고 책을 읽고 있는데 아이가 내 방으로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책의 내용을 메모하는 메모지에 무엇인가를 쓰는 것을 보았다. 첫 장이 아니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다음날 새벽에 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만들기에 충분한 문장이었다. 심지어 내가 봤는지 확인까지 한 아이의 간절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들이도 좋았기만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만들기 놀이였던 것이다. 아내도 아이도 내 몸상태를 걱정하며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를 위해서 다른 것을 선택한 아이의 배려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부모와 자식 사이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모를 위해 포기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라 더 미안하고 아이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를 배려하며 포기하는 것만큼 관계를 유지하는데 있어 미안함을 불러일으키며, 훗날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 컨디션 상태 때문에 만들기를 포기한 아이에게 꼭 만들기 놀이를 같이 하며 그동안 눈여겨봐 온 아이템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옥탑방 내 서제에 있는 무한충전 프린터는 내 업무보다는 오로지 아이를 위해 구매한 것이기에 이번 주말은 아낌없이 아이가 원하는 것을 출력하고 코팅해서 만들기 놀이를 꼭 할 것이다. 아직 아이의 아이템 상자 속에 미처 만들지 못한 도안까지 다 꺼내서 아이의 놀이공간을 채울 수 있도록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이와 관계를 떠나 상대를 벼려해 준 아이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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