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놀이터 만들기
아이의 메모를 보고 이번 주말은 정말 칼을 갈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가 원하는 만들기 놀이를 하겠노라 다짐했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컨디션 조절도 하였다. 아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만들기는 소워니 놀이터 시리즈 중에서도 <스퀴시>라는 만들기였는데 안에 솜을 넣어 빵빵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 아이 혼자서 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책 읽기와 글쓰기에 정신없었던 나를 배려했던 아이가 그동안 벼르고 벼른 온갖 도안 중에서 심사숙고를 해서 워터파크 도안을 선택하였다. 아내를 닮아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의 성향이 반영된 선택이었고, 만들어야 할 것이 은근히 많았기에 같이 만들고 싶어 한 것 같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며 도안을 오리고 코팅을 하면서 본격적인 만들기를 시작하였다.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아이방은 금세 작업장으로 변신하였고, 빨리 결과물을 보고 싶었던 아이는 아내와 장모님까지 호출해서 온 가족이 가위질 삼매경에 빠졌다. 오리고 코팅하기를 반복하디 보니 어느새 소워니 놀이터 워터파크의 기본적인 것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각 배경에 맞는 배치를 한 후 앞뒤 배경 사이에 솜을 넣는 작업을 해야 한다.
아이는 볼륨감이 있는 배경이 좋다면서 마무리를 하기 전에 자신이 꼼꼼히 만져보며 솜의 양을 확인했고, 나는 아이의 요구대로 정말 터지기 직전까지 솜을 넣으며 아이의 요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했다. 몇 번의 만들기를 하면서 아이의 눈은 유튜브 영상 속 원작자의 품질까지 높아졌기에 보다 섬세하고 세밀하게 확인하고 영상처럼 만들어야만 했다.
한 시간을 넘게 오히고 코팅하고 솜을 넣은 후 테이프를 붙여 각각의 배경을 완성했고 이것을 다시 이어 붙이기를 해서 스퀴시를 만들었다. 그리고 각 배경마다 캐릭터와 배경 속 아이템을 양면테이프를 이용하여 붙여 놓으면 영상 속 완성물과 같은 소워니 놀이터 워터파크가 완성되었다.
나도 지금의 아이와 같은 나이 때 혼자 방에서 만들기 놀이를 즐겨했다고 들었다. 과자를 먹고 남은 종이상자를 이용해서 해병대 상륙장갑차를 만들고, 레고 부품을 이용해 설명서와 다른 결과물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것을 보신 부모님이 공학계열을 추천하셨지만 두 마음을 품고 전공을 선택했기에 이런 공작에 대한 재능을 살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딱히 이공계가 아니더라도 소워니 놀이터 유튜브 영상을 몇 번만 반복해서 보면 쉽게 만들 수 있게 영상을 올려놓았기 때문에 공작에 대한 재능이 없어도 무방하다. 워터파크를 만들고 나니 지난주 아이의 메모가 떠올라 딸기우유 스퀴시를 추가로 만들었다. 워터파크를 만들고 나니 이 정도 수준은 금방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자신감과는 달리 배경의 처음과 마지막을 거꾸로 붙여서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지만 옆에서 제작 과정을 지켜본 아이는 쿨하게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딸기우유도 완성이 되고 나니 그동안 꼭꼭 감춰놓고 있었던 아이의 요구 사항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초코우유, 몽키스, 바나나우유 등 비슷한 시리즈를 말하며 언제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아이의 말을 메모했다. 혹여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질까 봐 아이는 아빠가 힘들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하여 또 다른 자신의 요구사항을 추가로 말한다. 배려 속에서 싹트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 아이의 배려를 경험한 나는 아이의 요구를 존중해 주기로 했다.
나의 글쓰기 루틴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함을 알기에 이번 주말은 내 루틴을 내려놓고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도안을 출력하고 가위질하고 코팅해서 만들기를 하였다. 아직 아이의 보물 상자 속에는 여러 가지의 도안이 남아있지만 몇 개 더 출력하면 다음 주 만들어야 할 것들이 드러날 것이다. 아직 아이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는 부족하기에 아이와 유튜브를 보면서 다음에 만들 것을 살펴보는 재미도 참 좋다.
평소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늘 내 생각이 우선이었기에, 요즘은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아이의 목소리를 먼저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무리 내게 좋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아이의 입장에서는 결코 좋지 않은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만들기의 수준이 꼼꼼하지 않고 어설퍼도,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 온전히 시간을 보냈다는 것임을 알기에 아이와 눈 맞춤을 하고 아이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려고 한다.
아내는 굳이 코팅기를 사서 이런 고생을 하냐고 말하지만, 만들기에 있어서 아이템 보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아이가 만든 무색도안은 코팅을 하지 않아 점점 해어져가는 것을 보면서 아이는 무조건 코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출력한 그대로 코팅을 하면 결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기에 이는 무조건 오린 후 코팅을 하는 아이에게 가위와 코팅기, 데이프보다 더 재미를 주는 장난감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