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우리 집 귀염둥이는 ‘이’에 있어서 엄청 진심이라서 충치가 하나라도 안 생기게 하려고 나이에 맞지 않게 매일 자기 전 스스로 양치질을 한다. 영유아 검진을 할 때도 구강검진을 무서워하거나 기피하지 않고 그동안 궁금했던 점을 의사 선생님께 질문하는 호기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나는 아직도 치과에 가는 것이 두렵고 무섭기만 한 편이라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더 구강관리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잇몸이 안 좋은 나는 이런 아이의 행동을 보고 지난주부터 새벽에 일어나면 바로 이를 닦고 소금가글을 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치약이 잘 안 나온다고 하면서 치약을 짜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했는데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도통 모르고 있다가, 시장조사 겸 방문한 대형마트에서 아이의 표정이 갑가지 생각나서 아이가 좋아하는 치약을 구매했다.
집에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아이의 표정이 마트에서 치약을 보는 순간 이해되는 마법은 참 신기롭기만 하다. 아이의 표정은 “내 치약이 다 떨어져 가고 있으니 새로운 치약이 필요해요”라고 말하고 있던 것이었다.
새로운 치약을 사가니 아내는 마침 필요했다고 하며 새로운 치약으로 바꿔주겠다고 하니, 아이는 아직 몇 번 더 쓸 수 있다고 하면서 지금 쓰고 있는 치약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다. 그냥 버릴 법도 한대 몇 번 더 쓰겠다고 하는 것은 아내의 알뜰함을 보고 모방하는 것 같다.
둥근 연필을 이용해서 꾹꾹 눌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나올 정도로 치약을 눌러주고는 10번은 더 쓸 수 있다고 하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를 닦으러 간다. 콧노래를 부르며 양치하는 모습을 보니 누가 봐도 이에 진심인 마음이 느껴진다.
지금 아이의 이는 세대교체를 하는 변혁의 시기로 유치가 하나둘씩 빠지면서 그 자리에 평생을 함께할 영구치가 나오고 있는 중이다. 매일 혀를 이용해 유치가 흔들리는지 하나하나 확인을 하고 심하게 흔들리면 아내에게 말해 치과 예약을 하기도 한다.
여느 아이와 달리 발치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서 최근 흔들렸던 아랫니는 아이가 직접 손으로 뽑았을 정도로 이에 진심인 모습을 계속 강조하는 아이가 고마울 따름이다.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혹여 치열이 고르지 않아 교정을 해야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성급하게 아이에게 교정을 해줄 생각은 없다. 치열이 고른 것이 미관상 좋기는 하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고, 치과의사 선생님의 판단으로 굳이 교정을 할 필요가 없다면 무리해서 강행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기술이 좋아져 내가 어릴 적 보았던 교정의 고통은 없겠지만 교정은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위생과 음식물 섭취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만든다. 교정에 관해 아이의 생각이 어떤지 아직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아직 영구치가 다 나오지 않았기에 일단 지켜볼 예정이다.
치약에 대한 무언의 표현을 보면서 순간순간 변하는 아이의 표정에 더 세밀한 관심과 집중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 스마트폰을 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않았는지 반성하며, 지금부터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는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