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달리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
어제 26년 첫 하프 달리기 훈련을 했다. 피곤하기도 하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고 싶었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핑계를 물리치고 문을 열고 나왔다. 일단 밖으로 나온 순간 오늘의 달리기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진주마라톤 때 접질린 왼쪽 발목이 아직도 좋지 않다. 물론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은 내 잘못이 크기도 하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가장 듣기 싫은 이야기가 "달리기를 하지 말고 무조건 푹 쉬셔야 한다"라는 말이라서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달리는 훈련을 하려 한다.
사실 1월 달리기 계획을 세우며 오랜만에 매일 달리기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지만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 달리기 마일리지 300K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상을 키우는 것 같아 포기했다. 매일 발목의 상태를 점검하고 그날 컨디션에 맞게 달리는 것도 감사할 뿐이다.
어제는 발목 상태가 정말 좋았다. 전날 회복런을 하며 800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아서 조금 무리를 하기로 했다. 18K 정도의 거리만 달리려고 했지만 사람의 마음이 3K만 더하면 하프 코스이기에 마음이 흔들렸다. 힘들어도 한 번 도전하기로 했다.
거리에 대한 부담이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달리기 쉬운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안 그래도 발목이 좋지 않은데 업힐 훈련이나 템포런 훈련을 하면 무리가 갈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업힐 훈련 대신 늦은 페이스로 조깅 수준의 달리기 훈련을 한다.
나에게 달리기 쉬운 코스는 집 근처 있는 롯데리조트 가든 파크이다. 최근에 조성된 공원이라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조경이 좋아 뷰가 좋다. 하지만 이날은 인근 마라톤 동호회가 집결한 날이었다.
많은 인파 속에서 천천히 달리며 페이스를 조절하여 하프 달리기 훈련을 시작했는데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고 나도 모르게 내 페이스가 아닌 그들의 페이스로 달리는 것을 목도했다. 은연중 그들보다 더 잘 달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700 페이스로 21.1K를 달리려고 했으나 그들에게 과시하느라 10K까지는 620 페이스로 달리니 남은 10K에는 힘이 빠져 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풀코스 대회에 참가했을 때의 상태와 매우 유사하였다. 초반 오버런으로 후반의 급격한 체력 저하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에너지 젤 등 수분 이외에는 보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마라톤은 기본적으로 철저한 등속운동이다. 같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며 빠르고 느리고는 나중의 문제이라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곧 실력이고 훈련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 무기이다.
함께 달리기의 힘을 체험한 나이기에 여러 명이 달리면 좋겠지만 누군가는 페이스를 늦춰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러너의 페이스를 좇아가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같은 페이스로 달린다는 것은 보는 것과 달리 상당히 어렵고 서로의 합이 잘 맞아야 한다.
동호회 훈련 모습을 보면서 조금 부럽기도 했지만 아직은 서로의 페이스를 맞춰가며 달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에 혼자 달리기를 더 즐기려고 한다. 계속 훈련을 하며 단련한다면 언젠가는 그런 날도 오겠지만 당분간은 혼자 달리기의 매력에 심취하며 나만의 달리기를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