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었지만, 행동하지 못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살아간다.
몸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충분한 휴식이 왜 필요한지 알고, 관계에서 어떤 말이 상처가 되는지도 안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할 수 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수없이 해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잘 알고 있음에도, 삶은 자주 같은 자리에서 미끄러진다.
문제는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쯤이야”, “이번만은 괜찮겠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온다. 머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몸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우리는 알고도 실천하지 못한 대가를 치른다. 건강을 잃고, 관계가 어긋나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무너진다.
https://brunch.co.kr/@ilikebook/1162
겨울 달리기의 주의사항에 대해 글까지 썼던 내가 그 주의사항을 실천하지 않고 땀으로 흠뻑 젖은 채 2km의 거리를 걸어서 귀가해 몸살감기에 걸린 나를 볼 때 따뜻한 날씨라 방심했다고 변명하기엔 너무 아쉬움이 넘쳐난다. 알고 있었지만 행동하지 못한 것이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이 간극을 심리학에서는 ‘지식–행동 괴리’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말은 지나치게 건조하다. 실제 삶에서 이 괴리는 훨씬 감정적이다. 피곤함, 불안, 조급함, 혹은 자신에 대한 과신이 이 간극을 넓힌다. 그 순간의 감정은 우리가 쌓아온 지식을 가볍게 압도한다. 인간은 옳은 판단이 아니라, 현재의 상태로 행동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는 종종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에너지 고갈의 신호다. 알고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이유는, 우리가 ‘알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은 실행 버튼이 아니다. 실행은 언제나 환경과 감정, 그리고 준비도의 문제다.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조금 편안해졌다. 왜 또 같은 실수를 했는지를 자책하는 대신, 그 순간의 나를 살폈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이 과했는지, 무엇을 무시했는지를 돌아봤다. 질문이 바뀌자 방향도 바뀌었다. “왜 안 했을까?”에서 “어떤 조건이라면 할 수 있을까?”로.
삶은 시험이 아니다. 알고 있는 것을 전부 실천해야 통과하는 채점표도 없다. 중요한 것은 지식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지식을 살아낼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에게 마련해 주고 있는가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덜 피곤한지, 조금 더 솔직한지, 조금 더 나를 돌보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살지 못했던 날들은 실패가 아니라, 다음 실천을 위한 데이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지가 남는다. 지식과 삶 사이의 거리는, 비난이 아니라 설계로 줄여야 하는 거리다. 그리고 그 설계는 언제나 아주 사소한 실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