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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1. 2023

방언 : 겨레의 작은 역사

사투리 속의 정서와 문화

서울에서 태어나 8살 무렵 부산으로 이사 오면서 처음 듣게 된 부산 사투리는 알아들을 수도 이해할 수 없는 신기한 언어였다. 특히 ‘그렇다’라는 뜻의 의문형, ‘맞나’는 때린다는 말인 줄 알고 항상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알아듣기 힘들었던 부산 사투리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지만, 30년을 넘게 부산에 살아도 어릴 적 입에 익혀진 서울말은 잘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산 사투리도 아닌, 서울말도 아닌 이상한 말을 쓰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경남 사투리 중 ’노‘ 의문형과 ‘나’ 의문형은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과학적인 언어이다. ‘어디 가니’라는 경남 사투리인 ‘어디 가노’는 ‘시장에 갑니더’, ‘학교 갑니더’라는 목적지를 알려주는 대답을 해야 하고, ‘밥 먹었니’라는 경남 사투리인 ‘밥 뭇나’는 ‘예’, ‘아니요’를 알려주는 대답을 해야만 한다. 신기하게 ‘밥 먹었노’라는 말을 사용하지도 않지만, 이런 물음에 ‘예, ’ 아니요 ‘라고 대답할 수도 없다. 표준어라고 말하는 서울, 경기 지역 말보다 경남 사투리는 과학적이다.



표준어의 정의

 

표준어란 한 나라의 표준으로 정한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정합니다.

‘교양 있는 사람들’, ‘현대’, ‘서울말’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모두 맞아야 하며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표준어가 될 수 없습니다.

(표준어규정 제1장_총칙의 1항)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드넓은 세계 속에서 우리가 사는 땅 한반도, 그중 절반인 대한민국에서도 각 지방마다 다양한 지역의 색을 가지고 있다. 그 다양함이 바탕이 되어 오랜 시간 만들어진 지역어 속에는 그 땅의 지역색과 그 땅 위에 살아온 사람들의 정서가 녹아 있다. 교양 있는 사람들의 언어로 알려진 표준어 속에는 지역의 다양함과 정서가 녹아져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물론 머리를 뜻하는 대가리라는 지역어는 듣기에 다소 거북함이 있긴 하지만, 표준어를 사용한다고 교양 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진웅 배우가 부산 사투리를 사용하면서, “사투리는 문화다.‘라는 말을 했다. 실제 부산 출신이기도 한 그에게 부산 사투리를 배우는 서울 출신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부산 사투리 속에는 부산만의 문화를 느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부산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부산의 정서와 문화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투리는 교양 없는 말이 아닌 그 땅의 정서와 문화가 깃든 그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말이기에 같은 말을 쓰는 동향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것은 당연할 것이다. 어느 곳에서라도 내가 아는 정서와 문화를 같이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겁고 반가울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김해에서 자란 아이는 요새 부쩍 경남 사투리와 이곳 특유의 억양을 잘 사용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지적하며 표준어 발음을 가르쳐 준다. 사투리 쓰는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닌데 아이가 표준어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지적을 했지만, 이제 이것을 그만둘 것이다. 아이가 자라고 있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를 사투리를 사용하면서 느끼고 아이 자신도 그 정서와 문화에 동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 표준어를 쓸 것인지, 사투리를 쓸 것인지는 온전히 아이의 몫이다. 하지만 훗날 어디에서 살더라도 이곳에서 자라면서 몸소 느낀 이 땅의 정서와 문화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 정서와 문화가 아이의 정체성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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