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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4. 2023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한민족의 역사적 다양성

 대전에 있는 성씨공원을 갔을 때 나의 조상, 나의 뿌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우리 집의 족보에 대한 숙제를 하면서 잠시 친가와 외가에 대해 알아보기는 했지만 지금도 내가 무슨 공파인지 몇 대손인지 정확하게 몰라서 부모님께 여쭤봐야 한다. 웃어른들이 보시면 자신의 뿌리도 모른다고 한심해하실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자신의 뿌리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기원을 알려주어 지금의 나에 대한 감사함과 조상님의 노고를 알게 하지만 과거에 얽매이게 만들 수도 있다. ‘예전에 우리 집 정말 잘 살았는데’, ‘우리 20대 할아버지는 당시 최고의 부자이자, 재상이었어’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우쭐해지는 이유도 이런 것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의 나와 아무 관련이 없다.


 우리 대한민국은 한민족이자 반 만년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 한민족‘이란 단어를 하나의 민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삼한(마한, 진한, 변한)을 뜻하는 한(민)족이라는 뜻으로 결코 단일민족임을 말하는 하나의 민족이 아니다. 단군왕검이  (고) 조선을 세운 단기 2333년을 기준으로 하면 5000년 역사를 가진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한 역사적 사료는 남아 있지 않다. 고조선과 고대 부족국가에 대한 기록이 있는  ‘환단고기 필사본’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학계에서는 정설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일제의 민족정신 말살 정책으로 인해 우리의 고대사를 왜곡하고 파괴하였기에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게 되었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 땅 위에 살아남아 지금을 살고 있다.


 역사적으로 만약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아쉬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일제강점기이다. 만약 우리가 메이지유신보다 더 빨리 근대화되어 당시 힘을 가진 나라였다면 민족의 암흑기인 36년의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외로 반출된 국보급 유물들이 지금 자신의 자리에 있어서 조상님의 지혜와 혼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며, 공개되지 않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아직 존재 유무조차 확인할 수 없는 수많은 유물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 커진다. 우리 조상님들을 유물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화려함보다는 조화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백제 문화의 백미라고 하는 백제금관대향로는 불교, 도교, 샤머니즘 등 다양한 종교적 색채가 조합된 것으로 우리의 문화 속 조화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르고 달토록 단일민족이라고 주장 하는 이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일종의 자격지심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침 속에서 정복 국가에 모든 것이 귀속된 우리는 유전학적으로 절대 단일 민족이 될 수 없다. 부산 가덕도에 있는 장항 유적지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 유골에서도 한국 사람에게서는 없는 유전자가 나왔고, 원성왕릉이라고 알려진 괘릉 앞 석상도 한국사람의 외모가 아닌 서역의 외모이다. 이런 유물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오랜 시간 전부터 이 땅에는 단일 민족이 아닌 민족적 다양성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역사적으로 증명되는 다양성을 부정하는 단일민족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우리의 고대 국가에서는 자신만의 정통성을 나타내기 위해 근친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신라에서는 골품제를 통해 성골, 진골이 왕위를 승계하는 경악할 정도의 근친혼이 많았었다. 유럽의 황실, 대표 가문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례처럼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유전자도 완벽하지 않기에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적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양성을 거부하는 것은 이런 치명적인 결함을 만드는 절대 열리면 안 되는 문을 열어준다.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는 지구에서 다양성을 거부한다는 것은 스스로 도태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며 동시에 멸종을 앞당기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펼치질 미래는 다양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다양함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줄 것이기에 다양함을 알고 누리는 민족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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