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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15. 2023

일주일 안에 80퍼센트 버리는 기술

버림으로 변화하는 인생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올 때  너무 많은 내 물건을 다 버리기 힘들면 절반이라도 버리자는 아내의 부탁과 함께 더 이상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앞 집 아줌마와 경쟁하듯 매일 쇼핑을 해서 현관문 앞에 쌓여 있는 택배 상자를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습관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물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하는 쇼핑을 자제하고 있다. 소비에 대한 금전적인 문제도 있지만 일단 관리가 되지 않으며 사용을 목적으로 구매하였지만 적장 사용하고 않고 쌓여간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내가 즐겨 사용하는 ‘11번가’와 ‘펀샵’이란 앱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했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눈에 안 보이게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우리 가족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에는 제발 내 물건이 보이지 않게 해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대부분의 물건을 옥탑방에 두었지만 필요에 의해 하나둘씩 밑으로 내려오다 보니 점점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니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지속되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결단을 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 읽은 몇 권의 책은 실천이 아닌 다짐으로 남아 있는 것도 굳은 의지와 결단이 부족했기에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15분 동안 27가지를 버리는 방법을 사용하여 매일 종량제 봉투 30리터 하나의 양을 버릴 것이다.


 물건은 진열보다는 사용에 의미를 들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용해야 물건의 정체성이 발휘됨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을 이쁘다는 이유로, 추억이 있다는 이유로 진열도 아닌 보관 목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물건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물건을 무조건 2개 가져야 한다는 나의 욕심 때문에 무한대로 증식하는 내 물건은 ‘언젠가 사용할 날이 올 거야’라는 허황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품절이나 단종이 되었을 때 물건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헛된 기대도 포함되어 있어서 같은 물건을 여러 개 구매하는 나의 소비 성향에 대한 명분을 만들려고 했다. 나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명분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 설득하려고 한 어리석기만 한 내 모습이 정말 부끄러울 뿐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의 물건이 점점 많아지니 나의 물건은 이제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부모로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책임감과 나의 물건이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를 보는 것이 아내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이번에야말로 정리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청소와 정리는 근본적으로 의미가 다르기에 정리를 위해서는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리는 전략(one in, one out)을 사용해야 하고, 내가 사용하는 물건의 80 퍼센트는 버려야 할 대상이라는 정리의 파레토 법칙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문구덕후, 가방덕후, 운동화 덕후, 헬스 덕후, 책덕후 등 수많은 거짓 가면을 벗어야 한다. 우선 지난 1년 동안 입지 않았던 옷부터 상태 좋은 것을 선별해서 세탁 후 기부할 생각이다. 책 다음으로 나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옷이 정리를 시작으로 공간을 물건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다. 물건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는 스트레스만 쌓일 뿐 진정한 휴식을 취하거나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정리를 통해 공간에게 여백의 미를 선물해야 한다. 여백의 미를 선물 받은 나의 공간은 비움으로 채워지는 진리를 통해 매일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비움으로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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