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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22. 2023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인간의 욕망과 시대 변화를 담고 있는 도구

나는 항상 집 밖으로 나갈 때 신발을 신는다. 나뿐만 아니라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로 신발을 신고 다닌다. 간혹 백사장이나 잔디밭에서 맨발로 다닌 적은 있지만 도심을 맨발로 다닌다는 것은 현대인의 입장에서 상상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 불문율 같은 것이다. 요즘 어싱(Earthing)이라는 지구와 연결되기 위해 맨발로 땅 위를 걷는 방법이 유행하는데 제주도 함덕에서 한 번 해 보았지만 너무 어색하고 발바닥을 자극하는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었다.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닌다는 것은 어색하고 일이며, 맨발로 다니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해도 나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역사적 유물을 보면 신발은 과거부터 높은 신분의 사람들만 신을 수 있는 신분을 나타내 주는 도구였다. 특히 고대사회 속 황금신발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모습으로 보이는 착각을 가져다주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선택받는 왕만 신을 수 있는 특별함이 가져다주는 신비로움은 왕이 가진 계급과 특권을 더욱 견고히 해주었고 각 나라의 문화적으로 보면 황제만이 입을 수 있는 색상이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신발은 오래전부터 발을 보호하는 실용적인 의미 이전에 계급과 신분을 상징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하면서 더 이상 신발이 신분을 나타내 주지는 않는다. 물론 고가의 명품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 재력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신발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과거와는 다르다. 일종의 취향과 패션을 대변해 주는 역할이 강해지면서 개인의 개성을 나타낸다. 장소와 복장에 따라 신발을 착용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더욱 부각하기도 한다.


 나는 신발 덕후이다. 특히 나이키 에어 포스 1에 대한 집착은 광기에 가까울 정도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신발이 에어 포스 1으로 가볍고 실용적이며 튼튼한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농구를 하면서 에어 맥스를 주로 신었는데 체중과 과도한 움직임 때문에 에어 캡슐이 터지는 일이 반복해서 나타나자 에어 맥스 시리즈에서 에어 포스 1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회사의 복장 규정도 자율복으로 바뀌면서 구두보다 운동화를 신을 수 있게 되어 에어 포스 1을 더 많이 소유하려고 했다.


 아내의 말에 따라는 똑같은 신발이 왜 이렇게 많냐고 물어볼 때마다 디자인이 다르고 색상이 다르며, 모델이 다르다고 항변하지만 아내는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집은 아내의 신발보다 내 신발이 더 많은 조금 특이성이 있다. 심지어 신지도 않은 신발들이 창고에 보관되어 있어서 신발이 가지고 있는 실용성에 위배되는 모습이 있다. 나에게 있어 신발은 단순히 발을 보호하는 실용적인 물건이 아닌 소장의 물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정판 모델을 하나 리셀하기도 했지만 투자의 용도보다는 나의 만족을 위한 소장의 목적이 강하다.


 하지만 이제 신발이 주는 소장 욕구를 내려놓기로 했다. 신발이라는 존재가 주는 특별한 의미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이 중심이 될 수는 없다. 신발은 발을 보호해 주고 발을 편안하게 해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한 실용성이 가장 큰 목적이자 존재 의미이기 때문이다. 신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신발을 보며, 나의 욕망이 가져온 허망함 앞에 서있다.


 이사를 하면서 고등학생 때 신었던 신발을 버림으로 과거와의 추억과 이별을 하였지만 그 신발이 나에게 주었던 기쁨과 기억들은 나에게 남아 있다. 신발이 나에게 이런 추억을 주었듯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추억을 줄 수는 선물이 되도록 신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신발이 주는 실용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 나에게 있어 신발은 실용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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