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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18. 2023

윌라 오디오북 500시간

어떻게든 읽어야 한다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지만 나는 스스로 종이책 순혈주의자라고 생각했다. 책은 종이책뿐이라는 생각에 처음 전자책이 나왔을 때 시기상조이며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섣부른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더 많이 보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오디오북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책은 읽고 보는 것인데 듣는 오디오북이라는 것은 책을 모독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전자책에 읽어주는 기능이 추가되었을 때도 사용하지 않았고, 이것도 곧 없어질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오디오북을 듣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요즘 나는 ‘수불석권’이란 사자성어를 생활로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머리맡에도 책을 놓고 자고 일어나는 즉시 책 읽기를 하려고 한다. 잠이 막 깬 상태에서 비몽사몽 한데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신기하게도 책이 잘 읽어진다. 그동안 아침에 잠을 깨우기 위해 유튜브를 보는 것이 잘못된 루틴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아지 신기하고 뇌를 깨우는데 좋은 것이 바로 기상 후 책 읽기이다. 책 읽기를 통해 글쓰기의 글감을 구하며, 책 속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나만의 교육시간으로 항상 가방 속에 책을 넣고 다닌다.


 여행을 갈 때 종이 책을 여러 권 챙겨간 적이 있는데 부피도 부담이 되고 특히 물가에 갈 때 책이 젓을까 봐 부담이 되어서 최근에는 여행이나 출장 갈 때는 전자책을 챙겨간다. 챙긴다는 표현이 무색하게 평소 들고 다니는 아이패드에 전자책을 새로 다운로드하는 것이다. 정기구독료를 내고 무제한으로 볼 수 있어서 굳이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내 가방 안에는 엄청난 양의 책이 있다. 책장에 전시하는 목적으로 책을 소장했던 나의 어두운 과거에 비춰볼 때 책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는 절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책을 읽고 기록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책을 읽고 책 속의 내용을 실천했는지 여부이다.


 나는 평소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출퇴근하고 업무상 이동거리도 한 달 평균 2,500km가 넘기에 그 시간 동안 음악을 듣는 것보다 차라리 오디오북을 듣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작년 여름부터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는 것도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나질 않는데 소리로 듣는 것이 얼마나 기억될까 했지만 오디오북만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들었던 책을 종이책으로 다시 보았다. 신기하게도 전체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부분은 한 번 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려운 부분은 다시 듣고 하다 보니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도 2번 듣고 종이책으로 읽으니 더 잘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운전할 때뿐만 아니라 산책을 할 때나 운동할 때도 음악을 듣는 대신 오디오북을 듣는다. 내 귀로 들어온 파동이 일으키는 변화가 뇌로 전달되어 들었던 문장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종이책에서 마주하는 문자와 연결되어 또 다른 파동으로 나의 뇌와 가슴을 울린다. 눈으로 책을 읽고 귀로 들으며 하나씩 축척되는 책 속의 지혜는 텅 비어있던 나의 창고를 채우며 기존에 있던 나의 보물과 연결되어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든다. 이것이 나를 성장시키며 나를 변화시키기에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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