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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루틴

천 번의 흔적

미약했던 시작을 넘어 성장의 길로

by 조아

대학교 교양시간에 타의로 개설하고는 오랜 기간 방치했던 블로그에 책을 읽고 리뷰를 적는 것을 하면서 1년 하고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3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한 것이 블로그에 흔적처럼 남아 있다. 작년 처음으로 100권 이상의 책 읽기 흔적을 남긴 기쁨으로 겁도 없이 올해 365권의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진행 중이다. 아직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가끔 ‘그만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처음 작성한 글을 가끔 보면 나 스스로도 부끄러울 정도로 졸작이지만 감사하게도 읽어 주신 이웃님이 계신다. 비공개로 해서 나만 볼까 하다가 사람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개선이 되고 발전이 있을 것 같아서 과감하게 전체 공개로 올리고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 악평은 없다. 하지만 나는 내 글의 수준을 알고 있기에 악평이 없다는 안심보다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을 매일 하고 있다. 이런 다짐이 매일 새벽 나를 깨우며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도록 나를 다그치며 작가의 길로 들어가게 한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단어처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오랜 시간 동안 가슴속에 염원으로만 간직해 왔던 출간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하나의 글쓰기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은 말로 글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했다. 이 강렬함을 느끼기 위해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쓰기는 매일 나에게 강한 자극을 준다. 충동적인 자극이 아닌 내면 깊은 곳을 울리는 자극으로 내 안에 딱딱한 허상의 껍질이 깨지고 진정한 내가 밖으로 나오게 도와주는 자극이다.


어제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더니 ‘왜 글을 쓰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인 나는 고유함을 지닌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글쓰기를 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나의 존재를 모른다. 하지만 글쓰기를 하면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이 세사에 나의 존재를 표명할 수 있다. 나의 정체성이 묻어 있는 글쓰기가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알 수 있게 하며 세상과 나를 소통시켜 준다. 이런 소통으로 점점 나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성장에 대한 갈급함을 느끼게 된다.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나는 성장하고 있다. 무엇을 쓰던 그 글 속에는 나의 감정과 생각, 느낌이 담겨 있고 맞고 틀림을 떠나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표현하는 나의 정체성이자 나의 고유성을 천명하는 행위이다. 나의 글 중 처음으로 1,000번의 조회수를 달성한 포스팅을 보면서 ‘10,000’이란 숫자를 상상한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 이상의 숫자를 볼 때까지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죽는 순간까지 글쓰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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