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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21. 2023

목표

거창함과 위대함의 사이

2023년, 올해 나의 목표는 365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이다. 작년 111권의 책 읽기를 통해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긴 후 불현듯 정한 거창한 목표이다. 매일 책을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만약 오늘 한 권을 읽지 못하면 내일은 두 권을 읽어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 달성하지 못하면 그다음 날은 엄청난 부담이 따르는 목표이다. 오랫동안 애독자라는 거짓 가면을 벗어버리니, 책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생겨나 계획한 것이다.


 7월 중순을 넘어 말일로 넘어가는 지금 다행스럽게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그 중간 과정에서 내가 느끼고 수정하고 다시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가 생각한다. 왜냐하면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기 때문이다. 결과중심의 사회에서는 빠른 성취를 선호하며 과정의 중요성을 퇴색시키고 과정 속 성장을 지켜보는 인내심을 가지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속성반, 당일 완성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최대의 결과물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인기가 많다.  토익성적이 급하게 필요해서 속성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지만 단기간의 성과와 함께 망각의 축복도 동시에 누렸었다.


 올해 위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중간 피드백을 자주 하고 있다. 이 피드백의 중요한 점은 몇 권을 읽었는지가 아닌 무엇을 느끼고 행동했는지이다. 그래서 20년 넘게 안 쓰던 아날로그 일기도 쓰고 있는데 이 또한 매일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인생에는 쉽지 않은 일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며 매일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을 통달하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 나는 어떤 일이라도 해야만 한다.


 나에게 있어 책은 텅 빈 나의 지식 창고를 채우는 일이다. 남들보다 월등히 좋은 망각의 축복을 누리고 있기에 날이 갈수록 비어만 가는 나의 지식 창고를 보며 책을 소장하는 것으로 채우려 했던 지난날의 과오에서 벗어나 이제 하루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축적의 힘을 체험하며 채워나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나의 지식 축적 흔적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나는 그 무엇인가가 되어가고 있다. 간혹 더디 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성장 촉진제를 통해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속도보다는 내가 나를 제어할 수 있는 나만의 속도로 나아갈 것이다.


 성장에 있어서 경쟁은 일종의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비교를 목적으로 하는 경쟁은 무의미한 에너지의 소모와 퇴보의 출혈을 만들어 성장을 방해한다. 나의 경쟁 상대는 오직 내 안의 안정하고 안주하려고 하는 나이다. 인간의 몸에 내재되어 있는 항상성에 반기를 들고 익숙함을 거부하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한 발걸음이 성장의 길로 인도하며, 과정의 어려움과 괴로움으로 쓰디쓴 인내의 끝에는 달콤한 열매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나의 목표를 위해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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