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

내가 원해서 나를 매일 갈고닦는 것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의 중요성은 다시 동일한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다시 실수하지 않는 것에 있다. 대인관계에서 실수를 하는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감정적으로 성숙하지 못해서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감정을 자극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본체만체하며 넘어가기도 하지만 감정을 건드린다는 것은 내면의 충동을 자극하는 것과 같다. 내면의 충동은 분노, 광기, 설움 등 다양한 감정을 내세우며 자신을 위장한 채 나타나기에 그 본질을 눈치 못 채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미성숙한 상태에서는 그 본질을 쉽게 알 수 있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미성숙한 사람은 약간의 자극에도 감쳐준 자신의 본모습을 노출시켜 버린다.

 나는 성숙한 사람도 아니고 미성숙한 사람도 아닌 그 중간적인 상태의 사람이다. 20 대 시절에는 감정을 자극하는 말에 극도의 흥분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요즘은 웬만한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쓸데없는 감정적 동요는 나만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나는 중간이 없는 사람이다. 좋으면 좋은 것이고, 싫으면 싫은 것이라서 친구는 친구이고 아는 사람은 아는 사람이지만 친구면서 아는 사람은 없다. 철저한 이분법적인 삶을 살면서 많은 것을 놓치기도 했지만 반대로 얻는 것도 많았다. 얻은 것 중 대표적인 것은 의미 없는 관계에 집착하는 일이 없다는 점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내가 원하고 바란다고 할지라도 때가 아니라면 절대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는 때를 기다리는 훈련을 하며 언제가 진정한 때인지를 알려고 노력한다.

 노란 바나나에 작고 갈색점이 생긴다는 것은 당도가 높아 맛있는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이다. 슈가 스폿(Sugarspot)이라고 불리는 갈변현상은 성숙한 상태를 말한다. 숙성은 일정한 환경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성숙은 일정한 환경 속에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절대 도다를 수 없다. 숙성과 달리 성숙은 그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숙성은 일정한 환경이 갖추어진 경우라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타나지만, 성숙은 죽을 때까지도 일어나지 않을 수 도 있는 오랜 시간을 참고 견디며 인내함으로 맛볼 수 있는 기다림의 열매이다. 이러한 기다림의 열매를 일평생 한 번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불확실성에서 시간을 투자하며 반복하는 노력은 인내심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인내심이 없어 ‘참을 인’ 자를 수천 번 마음속으로 그려왔던 나에게도 성숙의 힘으로 점점 인내심이 생기고 있다. 성숙한 사람에게 있는 인내심이 바나나의 슈가 스폿처럼 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인내심의 힘이 실로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