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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21. 2023

모든 삶은 흐른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부산에 이사 온 이후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다행히 광안리 바닷가 근처에 살아서 아침에 백사장을 산책하거나 뛰기도 했지만 바다를 보는 것보다는 바다가 보이는 길을 지나갔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바닷가 특유의 짠내, 나는 이 냄새를 좋아하지 않기에 바닷가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 들으면 놀랄 정도로 바닷가 근처에 살지만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가는 것이 전부였다. 이것도 자의가 아닌 친척들이 부산에 놀러 왔을 때 바닷가에 모시고 가기 위해서 갔을 뿐이다.


 어릴 적 보던 광안리 바닷가 위에 어느 순간 다리가 생기고 그 다리 위를 지나면서 더 먼바다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너머에 있는 일본이란 땅은 수없이 가보았지만 배를 타고 가본 적은 없다. 뱃 편을 이용해서 대마도까지는 가봤지만 본주라고 불리는 혼슈에는 가보지는 못 했다. 아무래도 뱃멀미를 두려워하는 것도 있겠지만 짧은 여행 시간 동안 이동하는 시간으로 낭비하는 것보다는 돈을 더 주더라도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상선약수(上善若水)처럼 물이 흐르는 길은 최선의 길이다. 조선왕조를 위협하던 거꾸로 흐르는 금강도 한양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역방향이지 실제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인위적인 힘을 빌리지 않고는 물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를 수 없고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자 순리이다. 순리를 역행 하고자 한다면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여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때처럼 목숨을 걸고 결과가 정해져 있는 최후의 여행을 해야 한다.


 인생도 물과 같다. 순리를 거스르려고 하는 것은 수많은 난관에 부딪치게 되며 그 속에서 좌절과 고난, 역경을 느낄 것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 속에서도 좌절과 고난, 역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순리를 거스르면 더욱 강력한 것을 만날 수밖에 없다. 공자께서 논어에서 말한 이순(耳順)처럼 모든 것을 편하게 받아 들 일 수 있는 경지, 이것이 바다의 순리이다. 바다는 세상의 모든 물을 받아들이고, 세상의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하지만 바다는 절대 넘치는 법이 없다. 받아들이되 넘치지 않는 바다의 무한한 포용력은 이 세상에 없는 거대한 창고와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겪고 그 가운데 많은 것을 배웠다. 경험으로 배운 일은 절대 잊을 수가 없는 이유는 나의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가시나무에 찔린 경험이 있는 강아지는 절대 가시나무 근처에 가지 않는 동물의 본능처럼 경험은 나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고 삶을 유지하는 힘을 길러준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바다의 포용력과 물의 길을 통해 나는 인생을 배워간다. 몸은 이미 성장했지만 나의 내면은 아직 성장하고 있기에, 부산의 푸른 바다를 보며 나의 미래를 상상한다.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로 모이듯이 내 인생의 시간도 흐르고 흘러 죽음이라는 종작지에 다다르겠지만 그때까지 나는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삶으로 증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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