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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25. 2023

오티움

나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는 것

 나는 어릴 적부터 야구를 엄청 좋아했다. 테니스 공으로 하는 동네 야구에서 아직도 가지고 있는 6살 생일 선물로 받은 나무배트로 동네야구를 평정하는 홈런을 뿜어내는 엄청난 강타자였다. 전문적인 야구를 배우기 위해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가려고도 했지만 부산으로 이사 오면서 모든 시도는 없었던 일로 되었다. 대신 당신 ‘L’ 그룹에 근무하던 이모 덕분에 창단 때부터 어린이 회원을 하면서 야구를 보는 것으로 야구에 대한 관심을 대신하였다. 부산에 살면서 타구단을 응원한다는 것이 당시는 엄청난 배신자의 삶을 감수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사랑하게 된 야구팀을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응원하고 있다.


 야구에 대한 애정은 한 선배님의 열정으로 인해 불이 옮겨 붙으면서 사내 동호회로 야구팀을 만들면서 진정한 사회인 야구인으로 변모하였다. 창단 첫해 인디 리그를 거쳐 남구 리그까지 직접 야구를 하면서 던지고 달리며 야구를 느끼기에는 나의 몸은 야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잦은 무릎 부상으로 연골이 찢어지면서 사회인 야구에 대한 시도와 미련을 접었지만 사내 동호회를 만드셨던 J 선배님은 아직도 야구를 하고 계신다. 그냥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인 야구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일 년에 200이닝 이상 던지는 엄청난 오티움을 즐기고 계신다.


 10년 넘게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 선배님에게는 모든 일의 중심이 야구이다. 어깨 부상임에도 침과 부황 치료를 받으면서 하루에 10이닝 이상 연투를 하며 ‘러너스 하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진정한 오티움임을 느꼈다. 만약 내가 J 선배님이라면 억만금을 줘도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보다 자연스럽게 팔 동작을 하기 위해 배드민턴까지 배우는 야구에 대한 열정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고 나는 J 선배님에 비하면 야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그저 야구를 좋아하고 조금 즐길 뿐이지만, J 선배님에게는 야구는 기쁨이자 모든 것이다.


 사회인 야구를 그만두고 나의 오티움은 한동안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준비하면서 눈으로만 감상하던 나의 보물, 책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책 읽기를 하였고 읽는 행위를 넘어 책을 읽고 느낀 나의 생각을 글로 적으면서 이전과 다른 수준의 책 읽기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단 하나의 답글로 인해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이제 책 읽기와 글쓰기는 나만의 오티움이다. 그냥 오티움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즐기며 이것을 통해 기쁨을 얻는 진정한 오티움이다.


 정말 말도 안 되게 못 썼던 글쓰기는 점점 나의 생각을 수월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작가님들의 지도와 도움으로 출간 작가의 영예와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기대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누리는 세렌디피티 속에서 진정한 오티움이 무엇인지를 느끼며 이전의 내가 아닌 새롭게 태어난 내가 되는 활동이 오티움임을 다시금 느낀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할 수밖에 없는 행위로 인해 나는 기쁨을 누리고 그 기쁨으로 인해 행복과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일시적인 기쁨이 아닌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나만의 기쁨이 되는 오티움인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나는 진정한 나를 만나고 있다. 하루아침에 성장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매일매일 오티움이 나에게 주는 유유자적한 휴식과 그로 인한 기쁨으로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한 나와 마주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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