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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25. 2023

슈퍼 멘탈

안 되면 되게 하라

 여자들이 싫어가는 세 가지 이야기는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인데 남자들에게는 군대와 축구라는 이야기 소재가 없으면 대화하기 참 어렵다. 특히 군대에서의 에피소드는 술자리에서 좋은 안줏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미필인 사람은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다. 혹자는 배움의 시기에 군 복무를 하며 학업을 놓친다는 우려를 하기도 하지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학업 이외에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군대에서 배워서 훗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많기에 사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군 입대를 위해 15 년 넘게 살아온 부산을 뒤로하고 경기도 최전선으로 입대를 하면서 부모님 슬하를 떠나 처음으로 낯선 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북한이 보이는 곳에서 겨울마다 하염없이 내리는 하얀 쓰레기를 치우면서 2번의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그 가운데 나는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었다. 특히 주둔지보다 훈련장에 많이 있어서 어느 곳에 있던지 등이 땅에 닿는 순간 잠들어 버리는 축복도 이때 발견하였고, 셸터를 만드는 법이나 식수를 구하는 법 등 야생에서 생존을 위한 간단한 방법들을 실전에서 배울 수 있었다.  


 군대에서 내가 배운 수많은 것 중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멘탈이라고 불리는 정신력이다. 군대라는 조직은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집단으로 딱 단 한 번, 전쟁이 났을 때 무조건 승리를 하기 위해 평시 훈련을 하고 장비 사용을 숙달하기에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좋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1950년, 미국이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국방에 대해 안일한 자세를 가지고 있었기에 북한의 기습 남침에 개전 초기 손도 써보지 못하고 남으로 후퇴하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지금은 최신식 장비와 엄청난 군수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하였기에 북한도 예전처럼 쉽사리 도발할 수는 없겠지만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군인들의 사기와 필승에 대한 정신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상전보다는 특수전을 전담하는 특수부대 요원들의 사기와 정신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상시 하는 훈련부터 일반 보병부대의 훈련량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으며 최전방 수색대보다 몇 배의 훈련을 하기에 ‘일당백’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한 예능 프로그램인 ‘강철 부대’에 출연한 예비역 특수부대 출신들의 미션 수행능력을 보면 전역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몸이 기억할 정도이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예비군 훈련 때 현역병과 예비군들의 주특기 내기 시합에 대한 영상을 보더라도 예비군이 쉽게 밀리지 않고 현역병을 이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내가 군입대한 2000년 대 초반만 해도 아직까지 군 시설이 열악하여 여름이면 더위에 시달리고, 겨울이면 추위를 극복하는 것이 혹서기, 혹한기 훈련보다 더 위급한 사항이었다. 지금은 침대형 내무반에 냉난방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생활은 편해졌지만 몸이 편해졌다고 정신까지 편해지면 절대 안 된다. 복무 중에서는 경진대회에서 1등을 하면 나오는 포상휴가 때문에 무조건 1등을 하려고 했지만, 사회에서는 타의가 아닌 자의로 자신이 진정되고자 하는 것을 별견하고 그 목표를 위해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역만 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현실의 벽 앞에서 초라해질 수 있지만 군 복무 중 최악의 현경과 어려움까지도 극복했던 경험을 살려 진정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에 대한 간결함으로 결단하고, 결단했다면 고민하지 말고 지금 바로 행동하는 것이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이다. 특수부대 출신들의 목표 지향적 사고와 행동으로 일반 부대보다 미션 수행에 대한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된 훈련 속에서도 목표를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그들의 멘탈에 비결이 숨어 있다. ‘왜’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 비교할 때 목표에 대한 집중도와 의지 자체가 다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집중력과 불가능은 없다는 그들의 도전 정신은 군 복무를 다한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특수혼’을 발휘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정신으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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