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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26. 2023

무용총 수렵도

벽화 속 고구려인들이 전해 주는 것들

고등학교 국사 책 표지에서 항상 보았던 고구려 사람들의 사냥하는 모습을 그렸던 무용총 벽화인 수렵도, 익숙하게 생각할 정도로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분들도 실제로 보는 것이 이유는 무용총이 한반도에 없고 중국 길림성 집안 시에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이 아닌 중국에 있어 복잡한 절차라도 거치면 직접 볼 수는 있지만 근거 없는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라고 하면서도 제대로 된 관리조차 하지 않아 훼손되어 가고 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이 안타깝기만 하다.


 무용총은 동명성왕인 주몽이 부여를 빠져나와 압록강 인근 국내성에 도읍을 정하고 고구려를 세운 후 5세기 중엽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덤 안 벽화인 수렵도뿐만 아니라 승려와 이야기하는 모습, 군무를 이루어 춤추는 모습 등 당시의 생활 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무용총 인근에 광개토태왕 비와 각저총 등 많은 고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높은 권력층이 지배했던 땅으로 추정할 수 있고, 청나라를 새운 만주족도 이곳을 신성한 땅이라 하여 보호하고자 했던 신비로운 역사가 감추어져 있는 우리의 영토였다.


 유적이 있는 곳을 볼 때마다 매번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도굴과 준비되지 않은 발굴조사로 인해 완벽하게 보전될 수는 없겠지만 훼손이 되어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기술이 발달하여 유적을 보호하는 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들 땅이 묻힌 유물이 알려주는 역사 속 그날의 흔적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모든 발굴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도 무엇이 묻혀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운 좋게 배수로 공사하다 발견된 토기 파편을 보고 일대를 발굴 조사하니 신석기시대 집단 거주지였고 청동기 유물이 나오는 행운도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의 생각으로 발굴 조사하여 우리 민족의 고유성을 말살하고자 했던 그들의 의도가 정확한 그날의 흔적과 정보를 남겨 주지 않았고, 동암리 고분군의 사례처럼 최초 조사 당시 무벽화 고분으로  판정되었지만 사실 도굴로 인해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지 않으면서 벽화가 파편으로 쪼개지면서 바닥에 떨어진 벽화 파편을 보고 벽화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용총 수렵도에는 당시 고구려 사람들의 생활 상이 그려져 있다. 기마민족의 후예로 말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던 그들의 승마술, 활과 화살을 사용하여 짐승을 사냥하는 모습 속에서 두 팔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비밀인 ‘등자’를 볼 수 있고, 벽화 속 등자가 발굴되면서 실제 모습을 보며 우리 조상의 기마술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고구려인의 사냥은 중국의 왕조 대군조차 두려움에 떨게 했던 ‘개마 무사’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며, 말이 사냥이지 실제 군사훈련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또한 바지와 저고리, 절풍과 같은 조우관을 착용한 당시 의복과 풍속도 엿볼 수 있고, 지금을 사는 내가 보지 못했던, 사료로 남아 있지 않았던 고구려인의 의복을 그림으로 전해준다.


 국내성 인근에 위치한 유적들이 온전하게 보존된 이유도 고구려의 대막리지였던 연개소문 사후 장남 연남생의 근거지였던 그 땅이 동생들의 반란에 의해 축출되었을 때 당나라에 투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 비극으로 무용총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발굴 조사 이후 내실의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지 않아 벽화의 훼손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후손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조상의 흔적이 되지 않도록, 힘없는 약소국의 과거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역사를 알고 과거의 사실을 통해 현재를 재해석함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면서 올바른 역사의식이 있는 국민이 될 때 우리 한민족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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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ilikebook/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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