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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Aug 10. 2023

조선왕 시크릿 파일

업적 속에 가려진 그들의 인품

망해가는 고려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역성혁명을 통해 500년의 역사를 이어온 조선왕조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를 시작으로 총 27명의 왕이 있었다. 왕조시대에서 왕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가 대를 이을 자녀를 낳는 것이었기에 아들을 낳아야 하는 최대 지상 과제를 위해 왕비 외 첩과 후궁 등 수많은 여자를 두었다. 이런 풍토는 왕실 이외에 양반 가문에서도 모방되었으며 첩의 신분에 따라 서자와 얼자로 구별하는 조선의 서얼제도를 만들기도 하였다. 왕위를 이을 왕세자가 되기까지 정치적 세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으면 목숨을 연명하기조차 어려웠으며 항상 독살의 위협 속에서 밤잠 이루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다.


 기록의 나라였던 조선은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왕이 하명한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실록으로 남겼다. 왕으로 인정받지 못한 연산군과 광해군은 일기로 그들의 행적을 후대에 남겼다. 특히 실록은 왕이 살아있는 당대에는 왕조차 볼 수 없는 불문율이 있어서 실록의 중요성과 실록 열람에 대한 규제를 둠으로써 정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실록을 기록하고 보존해 왔다. 조선의 왕 중 가장 잔인한 군주였던 연산군일기 속에는 어릴 적부터 잔인한 성정을 보였던 그의 인품이 왕이 되자마자 아버지 성종이 아끼던 사슴을 활을 쏴서 죽여버린 행적을 시작으로 수많은 목숨을 빼앗아버린 연산군의 폭정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물론 성종도 왕세자 시절부터 이런 잔인함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연산군 외에 후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기에 다른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선왕조 속에서 가장 위대한 왕으로 추종받는 세종대왕도 수많은 업적을 남겨 성군으로 평가되지만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세자빈을 폐위시키고 왕실에서 내쫓아버리는 행적을 남기고 요즘의 꼰대 같은 행동으로 신하들을 힘들게 한 일도 세종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집현전 학사였던 신숙주가 밤새도록 책을 보다 잠든 것을 보고 자신의 곤룡포를 벗어서 덮어주었다는 일화를 통해 세종대왕님이 인자할 것이라는 여겨지는 그의 인품은 실제는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그를 모시는 신하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외부 활동보다는 책만 보는 성향 때문에 욕창과 시력저하 등의 지병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조선 초기 왕조의 기틀을 굳건히 하기 위해 처가와 사돈까지 숙청했던 피의 군주 태종도 자신의 아들은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장자승계가 아닌 셋째 아들 충녕대군, 세종대왕으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했고,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아버지였다. 당시 조선의 예법에는 부모의 상중 기간 동안에는 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하였는데, 태종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난 이후부터 고기가 없으면 식사를 하지 않는 세종의 식성을 알기에 자신이 죽은 이후 아들이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태종이 처가와 사돈까지 숙청한 이유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아들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손을 더럽혔음을 알 수 있다. 경국대전을 완성하며 조선왕조의 법적 기틀을 다진 성종도 그의 묘호 앞에 ‘이룰 성’이 붙지만 낮에는 성군의 모습이었지만 밤에는 술과 여자에 빠져 살았기에 어쩌면 연산군의 폭정은 성종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조선시대에 단 한자리 뿐인 왕위에 오르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형제 사이에 견제를 받으며 왕세자가 되어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지지해 줄 세력을 얻기 위해 혼인을 통한 혈맹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혈맹은 왕위에 오르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외척에 의해 간섭을 당하거나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반쪽짜리 왕이나 허수아비 왕을 만들기도 하였다.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을 위시한 신진사대부들이 꿈꾼 재상 중심의 나라가 아닌 왕조 중심의 나라를 만들려고 했던 조선 왕들의 꿈은 항상 견제를 받으며 왕좌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든 위협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이것이 조선 왕의 숙명이었고 그들의 업적을 만들기 앞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었고, 이러한 최우선 과제 속에 그들의 비밀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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