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Sep 11. 2023

유전자 오디세이

유전 정보의 발현이 주는 다양성

 어느 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아이가 뜬금없이 자신의 성별을 물어보는데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까 고민하는데 아내가 생식기를 기준으로 성별을 이야기해 줬다.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확실한 성교육을 받은 아이는 남녀의 생식기 차이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바쁜 아침 시간이라 생식기 차이로 아이의 질문을 마무리했다.


 저녁에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서 아이에게 아침에 질문한 것에 대한 과학적 대답을 들려주었다. 아직 아이가 이해 못 하는 대답이겠지만 생식세포의 차이로 인해 성별이 결정된다는 것을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정자와 난자의 개념을 알고 있기에 수정란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세포는 2n=46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정 단계에서는 반으로 나눠진다.  n=23(22+X or 22+Y) 이때 XX로 조합되면 여성, XY로 조합되면 남성의 성별을 가지게 된다. 성염색체 중 Y 염색체가 남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단 하나의 성염색체 차이로 성별이 결정되고, 이 자연적 성별은 유전적으로 이미 결정된 것이기에 절대 바꿀 수 없다. 사회적 젠더의 개념으로는 변경할 수 있지만 자연적 이치로는 한 번 정해진 성별은 절대 변경할 주었다.

 

 이런 유전적 정보는 과학의 진보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인간의 기원을 알고자 하는 연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출발점이 어디인지 알고자 하였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진화론이 주장했던 단세포 생물에서 출발한 기원을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인간의 유전 정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인간의 유전적 비밀에 대한 접근을 통해 인간은 침팬지와 98% 이상의 유전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었다.


 영장류의 동일 집단으로 추정되는 인간과 침팬지의 관계는 왓슨과 크릭이 밝혀낸 A, G, T, C 네 개의 아미노산의 결합이 이중나선 구조라는 것을 증명한 위대한 연구의 결과는 단 한 장의 논문으로 제출되었고, 유전학의 기초를 만들었다. 그 후 DNA, RNA를 밝혀내면서 보다 체계적인 유전학의 토대를 통해 유전자의 발현에 대한 과학적 도출을 이끌어 내었다.


 이런 과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인류의 기원이 시작되었다고 믿고 있는 아프리카를 탈출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개념을 통해 인류의 이동은 시작되었고 자신이 정착한 곳에 적응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전적 특이성을 발현하게 된다.


 특히 과학자들은 현생 인류의 조상인 원시 인류를 연구함으로 인류가 한 조상에서 나왔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지만 그 가설은 아직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종특이성을 찾아 인간이 현생 인류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침팬지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있어 그 비밀은 곧 밝혀지게 될 것이다.


 유전자 연구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실험은 유럽 각국의 사람들을 모아서 자신이 얼마나 순수한 혈통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는데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은 모두 자신이 100% 순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들의 주장을 일색 하게 만들었고 그들은 모두 혈통이 섞인 사람들이 밝혀져 모든 참가자를 충격이 빠트렸다. 반 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한민족도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은 굳이 실험을 하지 않아도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대나 중세 국가 중 순수한 혈통을 지키기 위해 근친혼을 했던 왕실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유전병이 나타났고 순혈주의를 지키려다 단명하는 불행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이런 불행을 예방하는 것은 유전적 다양성을 발현하게 만들어 주는  ‘이종교배’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의 성별을 결정한 성염책체 이외의 44개의 염색체 속 유전적 정보는 나와 아내의 유전 정보가 결합된 새로운 유전 정보를 담고 있다. 아직 아이의 잠재력이 나타나지 않은 것처럼 아이의 염색체 속의 유전 정보는 발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될 때 잠겨져 있던 유전 정보는 발현되어 아이의 능력을 이끌어주게 될 것이라 믿는다. 아직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겨진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처럼 아이의 유전 정보를 다 알 수 없지만 다양성이 발현되는 시도는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6 정조실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