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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10. 2023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6 정조실록

대의를 실행한 개혁적 유학 군주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중 약 80 년 동안 가장 안정적인 시기를 보낸 영, 정조 시대는  정치적인 것을 제외하고 가정사를 중심으로 보면 조선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 속 어떤 왕조도 심지어 세계사를 살펴보아도 없었던 아버지가 자신의 뒤를 이를 아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버린 비극의 시기였다.


 영조와 정조, 당사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기였겠지만 조선왕조 역사 중 마지막 전성기였다. 조선 왕중 최장기간 재위한 영조 52년 동안 세손은 죄인의 아들이라는 오명 속에 살아야 했다. 심지어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아버지를 세손도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어린 나이의 세손은 분명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한 순간 죽음을 강요한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를 강경한 모습을 보았던 어린 정조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혹여 자신에게도 동일한 처분이 내려지지 않을까 염려하여 할아버지를 무서워하였고, 자신을 지켜주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던 외가를 신뢰할 수 없었다.  


 자신을 아버지와 달리 끔찍이 사랑한 할아버지의 의중을 확인하고 할아버지에 대한 무서움을 떨쳐내고 대신들의 눈밖에 나지 않도록 가장 모범적인 세손의 생활을 했고, 특히 책을 사랑하여 문안인사와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책만 읽었던 학구파였다.


 책 읽는 것에 몰두한 부분만 보면 세종대왕의 모습과 흡사한 정조대왕은 진정으로 문무를 겸비한 군주였는데 태조의 후손답게 활쏘기에 능했다. 50발의 화살을 쏘면 49발을 맞추었는데 다 맞추면 인간미가 없어 보인다며 일부러 맞추지 않은 것이다.


 같이 글쓰기 루틴을 만들기를 함께 하는 작가님께서 가장 좋아하신다는 정조대왕의 매력은 문무를 겸비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비참한 죽음으로 어두운 과거 속 함구되었던 아버지를 신원시켰으며 즉위 후 가장 먼저 한 말도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였다. 효장세자의 뒤를 이은 것으로 기록된 자신의 뿌리를 정확하게 밝혔다.


 즉위식에서 이 말은 들은 대신들의 머릿속에는 폐주 연산군의 시대가 떠올랐을 것이다. 폐비 윤 씨의 피 묻은 저고리가 불러온 피바람은 조정 대신은 물론 궁녀, 내시들까지도 벌벌 떨게 했던 공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즉위를 반대한 척신들을 제거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정조는 더욱 자신의 입지를 다지며 진정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하들의 지원도 없이 홍인한과 정후겸을 사사한 정조의 모습을 보면서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정적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준비한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를 신원하며 수원의 묘지를 세우고 해마다 행궁을 하며 지극한 효성을 보인 정조의 모습을 보면서 삼강오륜을 직접 보여준 군주이기 이전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신하들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고 행궁이 있던 수원 화성을 신식 기법으로 완공한 때도 정조의 재위 시기였다.


 탕평책을 실시한 영조의 영향을 받은 정조였지만 의리를 앞세운 준론 인사를 통해 의리 탕평을 실시하여 자기 의리만을 고집하고 준론을 배제한 탕평에 동의하는 완론만을 끌어들인 영조의 탕평책과는 다른 방향의 정치를 이끌어 나간다.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상업의 융성에 힘쓰고 당시 서학과 실학의 등장 속에서 현실의 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실사구시의 학풍 속에서 성리학적인 명분을 유지하며 개혁에 힘썼던 정조대왕의 모습을 끝으로 조선 왕조에는 더 이상 성리학적 명분에 적합한 군주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27명의 조선 왕 중 22대 왕이었던 정조대왕 작은 영조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실상은 모든 면에서 세종대왕을 닮았다. 심지어 종기로 고생하다 죽은 것까지 똑같을 정도로 세종대왕의 모습을 보여준 정조는 할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만의 탕평책을 실시하였고 신하들마저도 인정한 개혁적 유학 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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