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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06. 2023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3 효종 현종실록

북벌과 군약신강의 정세

 모순덩어리 인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봉림대군, 효종은 늘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올랐던 아버지와 같이 자신의 정통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세자로 책봉된 형이 있었고, 형의 아들이자 자신의 조카인 원손이 있었음에도 그가 대신 세자가 되어 왕위에 올랐다. 그래서 효종에게는 죽어서도 적장자인지 중자인지에 대한 논쟁과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인조반정으로 득세하기 시작한 서인의 세력 앞에서 늘 자신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경연을 빠짐없이 참석하며 연회는 커녕 약주까지 멀리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 군주였지만 그래도 그는 소현세자의 동생이었고 자신의 조카를 지키지 못한 무능력한 삼촌이었다.


 반청의식이 강했던 효종은 즉위하자마자 ‘복수설치(復讐雪恥)‘를 목표로 삼아 재위 기간 동안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북벌이 효종을 나타내는 키워드가 되었고 실제 국방력 강화를 통해 두 차례의 나선 정벌을 하였고 박연과 하멜 같은 네덜란드의 화포 기술자를 중용해 서양의 조총과 화포와 같은 신식 무기 제작에 힘을 썼다.


 진정한 북벌을 실현시켰다고 평가받는 나선 정벌에 나선 조선의 조총부대는 실로 놀라운 활약을 했지만 효종의 국방력 강화는 조선을 위협하는 적을 공격하는 수준이 아닌 혹시 모를 청의 재침략에 대비한 방어 수준에 그친 한계로 남았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효종 때는 김집을 영수로 하는 산당 세력이 득세하여 양송으로 불리는 송시열, 송준길에게 전권을 맡기며 두터운 신임을 보였지만 효종의 부름과 양송의 낙향이 반복되면서 나타난 줄다리기 같은 관계는 어찌 보면 실세인 양송을 향한 효종의 일방적인 구애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정통성을 증명하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였던 효종에게는 양송은 꼭 자기 곁에 두어야 할 존재이었다.  

 이런 양송 중 송시열은 효종이 가장 신임한 대신이었는데 효종과 사관과 승지 없이 독대를 할 정도였다. 이 독대의 내용과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를  아무도  몰랐고, 그 독대의 실체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가 훗날 <악대설화>를 통해 독대한 내용을 남겨 효종의 거룩한 뜻을 알게 하였다.​


 하지만 효종의 거룩한 뜻도 알고 보면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였으며 자신의 형인 소현세자가 할 수 없는 일로 효종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로 인정받으려 했다는 색채가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이란 기간 동안 준비를 했다면 한 번쯤은 정말 실행에 옮겼어야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정말 쓸데없는 예송논쟁을 통해 국력을 낭비하는 모습이 정말 그들이 예를 중시하는 사대부였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이다. 머리에 난 작은 종기가 얼굴로 퍼져 눈도 뜰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채혈을 위해 침을 놓자 출혈이 멈추지 않아 자신의 정통성을 증명할 북벌을 시행에 옮기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효종의 사후 기해예송을 시작으로 비판과 반론, 상소가 계속되며 산당과 남인의 세력 다툼 속에서 현종은 자신의 정치적 파트너로 40여 년을 집권했던 서인 대신 남인을 선택하며 예송 금지령을 내렸다. 실세였던 송시열을 낙향하게 만든 현종은 왕권을 강화하기 노력했지만 온갖 병을 달고 살았기에 자신의 몸부터 간수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키워놓은 산당의 위세 속에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예송논쟁에 대한 종지부를 찍으며 산당의 힘을 약화시켰지만 왕권을 세우기 전에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종합병원, 현종이었다. 현종 사후 대신들의 세계는 말 그대로 서바이벌의 세상이 되어 누가 살아남을지 모르는 군약신강의 무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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