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주간

아내의 사투를 기억하자

by 조아

개인적인 이유로 결혼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시기, 아내를 만나 이 사람을 놓치면 절대 결혼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년 여의 짧은 연애를 하고 조금 늦게 결혼하였다. 아내도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낳고 싶다는 개방적인 생각을 했었기에 혹여 속도위반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어머니의 오해를 살 정도로 허니문 베이비를 가지게 되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간인데 신혼여행 중 아내의 손을 잡았을 때 본능적으로 느낀 아내의 체온 변화로 아이가 찾아왔음을 감지했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아내의 배에 ‘똑똑’ 노크를 하며 아이에게 첫 안부를 물었다. 눈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대자연을 바라보며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아이는 정말 귀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고 지금도 변함없이 매일 그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이번 주는 아이의 생일 주간이다. 지난 주말 처남 가족과 식사를 시작으로, 놀이터 멤버 가족들과 나들이 이번 주 예정된 친가 모임까지 우리 가족은 정말 바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아이 방에 하나둘씩 보이는 새로운 것들은 아이의 생일 선물로 과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선물을 받은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아이의 생일은 아이가 이 세상에 나온 날이다. 분만 예정일보다 빨리 나왔기에 우리 부부가 예상했던 날보다 빠른 생일을 가진 아이의 생일날 광경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지인들에게 태어나서 가장 훌륭한 일을 했다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은 날이기도 한 아이의 생일날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아내가 새벽 3시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는데 양막이 터진 것 같다고 해서 부리 낳게 출산준비를 챙겼다. 미리 케리어에 넣어둔 출산준비물을 가지고 산부인과로 향했고, 세 겹의 양막 중 가장 밖에 있는 양막이 터진 것을 감지한 아내 덕분에 예상보다 빠른 아이와의 만남을 준비할 수 있었다.

자연분만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 아내는 건강하게 출산을 기대했지만 유도분만제를 맞고도 문이 열리지 않아 15시간의 산통으로 힘들어했다. 오한과 구토 등으로 고통받고 있어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나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자고 요청했고 수술동의서 작성을 시작으로 아내의 분만은 시작되었다.

굳게 잠긴 수술실 문 앞에서 기대와 불안이 섞인 내 마음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심란했지만 “000 보호자님”이란 호출에 자동적으로 일어나 아이를 만나러 갔다. 다행스럽게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했고 아내는 출혈이 멈추지 않아서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간호사 선생님이 건네주시는 우리 부부의 아이를 안으면서 벅차오르는 감정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기쁨으로 나를 충만하게 만들었다. 아이의 태명보다 더 강력한 이 감정은 말 그대로 내가 태어나서 한 일 중 가장 위대한 일이었으며 아빠라는 역할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선사하는 잊지 못한 순간이었다.


아내가 임신하고 있는 기간 동안 아이는 태동이 한 번도 없어서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갈 때만 볼 수 있었기에 혹시 모를 걱정을 하던 것과 달리 큰 병치레 없이 잘 자라주고 있다. 아이의 생일 주간을 맞이하며 아내의 체온 변화를 감지한 날부터 아이를 출산한 날까지 모든 순간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지금 아이가 자라고 있는 순간마저도 아내의 사투가 묻어 있는 아이에게 엄마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으며, ‘자아 정체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있는 아이와 문명의 출동을 경험하는 순간도 있지만 아이는 장모님과 우리 부부의 양육 속에서, 그리고 아이의 가족들 속에서 점점 머리가 자라고 지혜가 자라고 있다.


그 자람 속에는 아내의 사투가 있으며 탯줄부터 시작된 아내와 아이를 연결해 주는 끈은 이제는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연결되어 언제나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낀다. 주변의 친정 엄마와의 관계를 말하는 딸의 이야기 속에서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사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생일을 기뻐하는 아이의 뒤에는 매 순간 사투했던 아내의 노력이 숨겨져 있고 나는 이것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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