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Sep 25. 2023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매일 꾸역꾸역 글쓰기를 하다 보니 느끼는 감정

뼛속까지 이과생인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방 정리를 위해 읽는 행위 없이 수집했던 책을 처분하면서부터이다. 비싸게 값을 주고 산 책을 헐값에 판매하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 정리하는 거 한 번은 읽어보고 정리하자는 심산에서 책을 읽고 리뷰를 블로그 포스팅하면서 본격적인 글쓰기 세계로 입문하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였기에, 매일 글쓰기를 하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작심삼일이 되어 버렸고, 일주일에 한 번 글쓰기를 하는 때도 있었기에 매일 글쓰기를 하게 만드는 강력한 방법이 필요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주 우연히 브런치 작가님들의 모임, <팀라이트(Teamwrite)>에서 주관하는 글루틴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글루틴에 참여하면서부터 나는 강제적으로 한 달에 20번의 글쓰기를 해야만 했다. 수료증을 받고 싶은 마음 절반, 환급을 받고 싶은 마음 절반이 합쳐져서 동기부여를 했지만 가장 큰 동기는 글쓰기를 변화된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였다. 매일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이때 몸소 알게 되었고 1기만 하고 자유롭게 글쓰기를 하겠다는 일탈의 생각은 농담으로 한 말 한마디 때문에 무조건 130기까지 참여해야만 한다.


  처음 글루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적었던 글을 가끔 보면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지만 지우거나 비공개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왜냐하면 1년 동안 글쓰기를 해오면서 몸으로 알게 된 것이 처음부터 글쓰기를 잘할 수 없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오직 글쓰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고, 작가는 작가를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어느새 글루틴 10기 과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나의 글쓰기를 되돌아보면 거의 대부분의 글감은 책에서 나왔다. 특히 허황된 꿈을 현실로 만들고자 일 년 365 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 프로젝트를 도전하기 시작하면서 글쓰기는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였다.


 일상 속 이야기보다는 책 읽기에 대한 글쓰기이다 보니 독자의 관심이 적은 것은 당연하였다. 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완독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시리즈 20권에 대한 글쓰기는 내 입장에서는 역사의 자세한 부분까지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지만 역사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이었다면 읽기 힘들 수밖에 없는 글이었을 것이다.


 글쓰기를 하다 보니 익숙해지면서 여유가 생기니 점점 욕심이 일어났다. 매일 한 개의 글쓰기도 어려웠던 내가 컨디션이 좋은 날은 3~4개의 글쓰기도 할 수 있어서 욕심을 낸 적도 몇 번 있다. 하지만 나의 글쓰기는 죽는 순간까지 해야 하는 초장기 레이스이기에 글쓰기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책 읽기를 글감으로 하는 것을 넘어 일상에 대한 글감을 소재로 하는 <조아의 시선>이란 브런치스토리 매거진을 발행하면서 나도 일상을 에세이로 적고 있다. 그냥 별일도 아닌 일이지만, 나에게 영감과 글감을 선사하는 순간의 장면과 감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한다. 특히 작가의 시선을 가지고 싶은 나에게는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보는 연습을 매일 하려고 한다.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매 순간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그 답을 찾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많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까지 삶에 대해 진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았다는 착각 속에 나는 어제의 모든 일을 잊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냥 그렇게 스쳐 지나갔던 순간들이 기억의 단편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망각의 축복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기억 저편으로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어서 기억해 내고 글로 표현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긴다. 그래서 조바심이 생길 때마다 항상 이 말을 떠올린다.


“ 글쓰기는 삶쓰기이다.” - 스테르담 작가님

 내 모든 삶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순간을 기록하고 남긴다면 언젠가는 지나간 순간마저도 기억해 내고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소환하여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생길 것이라 믿는 믿음으로 오늘도 매일 꾸준히 꾸역꾸역 글쓰기를 할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리주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