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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루틴

글쓰기 회고(feat. 글루틴 10기)

익숙함을 넘어 생활의 단편으로

by 조아

100% 인증률을 남긴 글루틴 9기에 이어 진행되는 글루틴 10기는 새로운 작가님들이 참여하시면서 더욱 다채로워졌다. 10개월 동안 이어지는 강행군에 소위 말하는 ‘매너리즘’과 ‘글태기’가 생길 법도 하지만 다행스럽게 그런 위기 상황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누구나 생기는 글태기는 글쓰기에 대한 나의 간절함보다는 강하지 않기에 아직 찾아오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나는 올해 365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인생 최대 과업으로 생각할 만큼 반드시 이뤄내고야 만 하는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에 휴식을 취하면 게을러질까 봐 평일, 주말 관계없이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다른 작가님은 몰라도 나는 약간의 틈이라도 보이면 금세 무너져 버리는 나약한 존재이기에 강하게 질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매일 글쓰기를 해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나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 하나에 빠지면 해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그 하나에만 몰입하는 독특한 취향이 있어서 글쓰기 매력에 빠진 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글쓰기 안에 살고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어려웠던 글쓰기가 이제는 일상의 단편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언제 내가 예전의 게으른 모습으로 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야만 한다. 하루에 딱 1,500자 글쓰기만 매일 연습하라는 글쓰기 분야에서 저명한 작가님의 충고에도 나는 그 이상을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어찌 보면 욕심일 수도 있지만 작가님이 말씀하신 1,500자는 더 이상의 퇴고가 없는 수준을 글쓰기라고 생각하기에 퇴고의 과정을 통해 사라져 버릴 글까지도 써야만 한다. 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말한 "모든 초고는 쓰레기이다."라는 말에 공감하기에 퇴고까지 고려하여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행인 점은 이제 글쓰기가 내 생활의 단편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잠들기 전 양치질을 안 하면 엄청 찝찝한 것처럼 글쓰기를 하지 않은 날은 그 찝찝함과 동거하는 불편함은 결국 쓰고야 말겠다는 투지로 변한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겠지만 어떤 사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써야만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찝찝함에서 해방되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위해 새벽 시간을 누리는 것도 요즘은 방법을 바꾸고 있다. 요즘은 일어나서 운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글쓰기가 예전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만의 글쓰기 시간과 제한시간을 새롭게 설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의 글쓰기는 상황과 관계없이 결국에는 쓰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13번의 10기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면 나의 글쓰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지 엄청 궁금하지만 이 궁금증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130기의 마지막 날까지 묵묵히 가는 것밖에는 없다. 130기의 마지막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나의 글쓰기는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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