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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30. 2023

희망의 책

절대 절대 희망을 포기하지 말 것

첫 전공을 공부하면서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영장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계통분류학적으로 침팬지는 인간과 98% 이상으로 유전적 유사성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 발현된 유전자가 바뀔 수는 없겠지만 한동안 동물원 우리 안의 원숭이와 나의 모습을 비교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리고 2% 차이를 보이는 어떤 유전자가 인간과 침팬지를 구분하게 만드는지 강한 의문이 들었었다.


 이런 황당무계한 호기심은 정신을 차릴 수도 없게 만들었던 전공 수업을 따라가며 잊히게 되었지만 늘 내 머릿속에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침팬지도 인간처럼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고 도구를 사용하지만 인간과 달리 2%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몇 년 전 우연히 언어적 지능 차이에 의한 뇌 발달로 그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는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에 대한 궁금증은 이제 점점 뇌과학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침팬지와 인간은 생물 계통분류학적으로 영장류에 속한 동물이다. 침팬지는 영장목 성성이과의 포유류, 인간은 영장목 사람과의 포유류로 구분시키는 차이는 어러 가지가 있지만 ‘언어의 사용’이 가장 크다. 언어는 단순한 소리의 영역이 아니라 소통의 근간이자, 소리를 넘어 문자로 사용되어 기록으로 남겨질 수 있는 과거의 기억이자, 경험의 유산이다.


 물론 침팬지도 그들만의 언어가 있지만 감정 전달을 위한 수단 이상으로는 사용되지 못했다. 그래서 인간은 그들은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착각했다. 이런 인간의 욕심과 착각으로 인해 지구상 생물종의 60 퍼센트가 절멸되는 ‘여섯 번째 멸종’이 찾아왔다.


https://youtu.be/fNbrUk6dGCc?si=8r6QKdDafNEe4Iqc


한평생을 침팬지 연구를 위해 살아온 제인 구달 박사는 <침팬지의 어머니>이다. 그녀의 헌신적인 연구들 통해 침팬지의 생활과 습성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이루어 냈고 인간은 이전보다 침팬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침팬지 연구 성과를 악용해 엄마 없이는 살 수 없는 아기 침팬지를 유인해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어린 침팬지는 푸른 나무로 가득한 정글이 아닌 철장에 갇혀 인간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여생을 보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형행동’을 보이며 이상한 상태를 표출하지만 인간은 그런 행동에 전혀 관심이 없고 돈벌이 수단으로써의

침팬지에만 신경 쓴다. 인간의 욕심을 자극했던 어떤 생물도 지구상에서 살아남지 못했기에 과연 얼마나 침팬지가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 욕심의 끝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멸종해야 끝날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존재한다. 판도라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상자 속에 끝까지 남아 있던 희망이 이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된 것이다.


 인간 욕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무분별한 개발과 남획에 대한 비판과 각국의 노력으로 생존의 위협받고 있는 생물들이 보호받고 목숨을 연명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들의 운명은 바람 앞에 놓인 촛불의 형국과도 같다.


 오랜 시간 동안 침팬지를 곁에서 연구해 온 제인 구달 박사님은 생존을 위협받던 침팬지의 어머니로 그들을 대변해 주고, 보호하는 전 세계인의 행동을 촉구하면서 멸종 위기 앞에 신음하는 침팬지 속에서 희망을 보았고, 자신이 본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이 희망은 네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인간의 지능, 자연의 회복탄력성, 젊은이들의 힘, 굴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력이다. 특히 희망 속에 있는 ‘생존의 자질’을 통해 살아남은 것들의 특징과 생존의 본질을 알게 한다. 희망은 인간 생존의 본질이고, 그것이 없으면 인간은 소멸하고 말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신이 피해를 볼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을 돕는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 혼자가 아닌 전체로서의 존재를 인식하며 ‘호혜적 이타성’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성경 속 황금률인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남을 대접하라"라는 보편적인 도덕률을 통해 서로를 위한 존재가 되려고 한다.


 지금 인간은 빈곤과 부패, 인구와 가축의 증가, 지속 불가능한 생활 방식 속에서 자신이 만든 문명에 의해 멸종될 수 있다는 위협 속에 살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가 가져오는 수많은 변화 속에서 이상 기후와 자연재해는 그 위협을 더욱 증폭시켜 주는 두려운 존재가 되고 있다.


 제인 구달 박사님과 같은 선구자들에 의해 희망의 빛을 보았지만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주어진 생존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어, 인간이 지금까지 멸종시킨 생물종에 대한 똑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의 오만한 행동과 마치 자기 자신을 조물주로 착각하는 오해에서 벗어나 동물과 동등한 위치인 지구의 구성원으로의 인간임을 인지해야만 한다.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환경 파괴는 막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지만 희망의 빛을 통해 자연의 회복탄력성과 인간의 과오에 대한 자성을 유도하는 지성의 힘으로 환경 파괴를 늦출 수 있다. 파괴된 자연이 회복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절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이 희망이 인간의 생존을 좌우할 마지막 끈이기에 혼자가 아닌 모두의 힘을 합쳐서 푸른 지구가 다양한 동식물이 자신의 서식지에서 공존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는 합리적인 희망을 꿈꾸고,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생존의 시작이며, 장밋빛 미래를 향한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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