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Oct 18. 2023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Biophilia라는 인간의 본능

군 복무를 할 때 내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전방 부대에서 근무를 했다. 철책 경계부대는 아니었으나 일이 있을 때 민통선 안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어떤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내가 본 민통선 주변의 자연은 마치 태곳적 원시 숲처럼 웅장하고 고요했다. 특히 여름마다 내어뿜는 초록의 광선은 태양보다 강렬하고 눈부셨을 정도이다. 그래서 경계근무할 때 멀리 있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시력이 좋아지는 신비한 체험을 하기도 했다.


 직업군인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유년기를 군부대에서 보냈기에 주변 자연은 내 놀이터이자 휴식의 공간이었다. 아카시 꽃과 오디를 따서 먹고 가재를 잡으며 노는 것은 이 세상 어떤 장난감보다 재미있는 세상 최고의 유희였다.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놀이가 되어 조금 서글프다.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내가 사는 도시는 점점 고층의 아파트와 건물이 꽉 차있는 빌딩 숲이 되어가고 있고,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아랫집과 윗집의 천장과 바닥을 공유하고 있기에 까치발을 들고 조심조심 다녀야 하는 시간도 있었다.


 지금은 주택에 살고 있어서 아이에게 ‘뛰지 마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솔직히 아이는 뛰어야 아이라고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뛰어다니라고 한다. 두 발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이동의 자유만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특징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숲에서 태어나 도시에 살게 되면서 점점 자연의 소중함을 모르고 도시에 살기 때문에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의 감사함을 점점 잊고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도시 정비를 잘해놓아서 곳곳마다 공원이 있어서 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작은 공원은 인간의 휴식과 자연 친화력을 충족시켜 주기에는 부족하다.


 태곳적의 자연 친화만큼은 아니라도 인간은 항상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친화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특히 Earthing(어싱/접지)이란 지구와의 발맞춤 하는 것을 통해 지구의 에너지를 교감하는 방법이 요즘 유행이다. 어싱은 맨발로 땅을 밟으면서 지구의 자극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구와 하나 됨을 추구하는 자연 친화 행위이다.


 이뿐만 아니라 숲의 신선한 공기로 호흡하며 몸속의 독소를 밖으로 배출하고, 숲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산림욕이나 풍욕도 예전부터 자연과의 친화력을 높이고 지친 몸을 치유하는 방법으로 이용해 왔다. 이렇게 자연은 인간을 회복시키고 치유하는 인간의 모성 같은 존재이자 인간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을 더욱 사랑하고 아끼며 보호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인간의 이기심과 지구의 주인이라는 오만을 던져버리고 지구의 구성원이자 자연의 일부로 인간에게 주어진 다양한 동식물과의 교감과 자연 친화를 통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는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지금도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어 버린 자연 속에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이미 파괴된 것을 회복시키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자연의 자정능력을 믿기에 인간이 자연에 대한 생각과 자세를 바꾼다면 더욱 인간의 가치를 돋보이게 만드는 자연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선한 공기와 녹색의 싱그러움이 넘치는 자연 속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며 건강한 흙이 주는 자연의 에너지로 더욱더 창의적인 인간만의 에너지를 발휘하며 더욱 건강한 지구를 만들 수 있도록 자연 속의 인간임을 기억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 5분 습관 수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