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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18. 2023

규정(規定)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라

  ‘규정’이란 단어를 볼 때마다 이 단어의 원뜻이 생각나기보다는 과거 다음 카페에서 보았던 짝사랑의 고뇌가 떠오른다. 아마도 여성분으로 추정되는 분의 이름이 ‘규정’인 것 같은데 ”규정할 수 없는 “, ”규정하지 않고 “와 같은 표현을 빌려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했던 글이었다.


 누가 봐도 그 글은 자신이 ‘규정’이란 분을 좋아한다는 일종의 고백이었는데 그 글의 주인공이셨던 분이 그분의 고백을 받아주셨을지 참 궁금하기는 했다. 물론 다른 한자이지만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수줍은 고백이 아닌 앞으로 내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무겁고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한다.


 글쓰기의 세계로 입문하면서 평생 글쓰기를 하고 싶은 욕심에 글쓰기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책마다 저자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글쓰기를 향한 포인트가 다르기는 했지만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단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글쓰기를 하라는 것인데 약 1,500자 정도의 글을 매일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혹여 ‘글테기’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하여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 글발이 넘치는 날에도 딱 1,500자의 글쓰기만 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일 년 동안 매일 한 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나에게는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조언이었다. 욕심이 많은 나에게 365일보다 빨리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두 권 이상의 책을 볼 때도 있었기 때문에 이 조언을 듣고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양질전환의 법칙을 신봉하며 양의 글쓰기를 하고자 했던 나에게 이런 조언은 나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하게 만들었다. 더 할 수 있어도 한 권의 책 읽기와 한 개의 글쓰기를 하면서 내 능력의 한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설명 욕심이 매일의 루틴을 그르치는 날이 오게 된다 할지라도 나는 나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처럼 시간적 여유가 넘치는 날이면 평소 하루 한 권의 책과 한 개의 글만 했던 것을 그 이상을 하도록 나를 독려한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나에 대한 방종이자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만 성장을 원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나를 몰아붙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 한 개라는 한계를 규정하지 않는다. 코이 물고기 이야기처럼 물고기가 어떤 환경에 사느냐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크기가 달라지는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나는 목표 이상의 것을 하려고 한다. 하루 세 개든 네 개든 할 수 있을 만큼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물론 하루 1,500자의 글쓰기 훈련을 조언한 저자의 본래 의도는 ‘글쓰기의 질’을 위한 것임을 알고 있지만 나는 아직 질을 따질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높은 수준의 글쓰기에 이르기 위해 일단 많은 양의 글쓰기 훈련이 먼저 해야 하기에 ‘양의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두서없이 보이는 글쓰기도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심금을 울리는 글쓰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나의 목표는 ‘간결하고 담백한’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화려한 수식어나 미사여구로 독자를 현혹하는 글이 아닌 내가 생각한 것과 나의 감정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공감하게 만들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 ‘잘하려고’ 하는 욕심을 버리고 ‘하려고’하는 마음가짐으로 매일, 죽는 순간까지 글쓰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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