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Apr 26. 2023

수목원의 아침

나무를 보며 배우는 삶의 자세

 매일 굿모닝 해빗을 실천하고자 하는 나의 도전은 45분 늦잠을 잤다. 물론 알람을 맞춰 놓고 3시 45분에 일어났지만 어제 수목원의 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긴장이 풀리고 잠자리가 바뀌었다는 변명을 생각하는 나의 옹졸함 때문이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나무는 본격적인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더 많은 산소를 만들어 내고 공기의 질을 더욱 신선하게 만들 것이다. 인간은 숨 쉬지 못하면 죽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너무 많았다. 코로나19의 위협이 잠잠하니 미세먼지의 위협이 강력해지고 있는 요즘은 마스크 없는 세상이 오려면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무는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기 전부터 세상을 지배해 왔고 자신이 지배하는 땅을 비옥하게 하고 그 땅 위에 사는 존재마저도 풍요롭게 만든다. 나무는 땅의 양분과 물, 그리고 햇빛만 있으면 성장하며 또 성장한다. 자신의 나이테에 성장에 대한 흔적을 남기며 나이를 기록하지만 인간의 나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나무는 생존의 법칙에 대한 투쟁을 하며 성장한다. 물이 마르는 가뭄에는 뿌리를 더욱 깊은 곳으로 내리며 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강한 바람이 불면 자신의 몸을 바람에 맡기며 자연에 순응한다. 이런 삶의 자세로 나무는 과거에도 오늘도 미래도 살아가고 성장한다.


 태어나면서 죽음을 걱정해야 하는 인간의 삶과는 달리 나무는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 자신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 한 나무는 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은 살아 있음에 대한 절박함의 자세에서 비롯된다. 바위 위에서도, 메마른 곳에서도 나무는 죽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뿌리내리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것은 세상에 태어난 자가 생명에 대한 처절한 노력이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거친 풍파 속에서도 자신의 수령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수목원의 나무를 보며 나는 내가 살아 있음에 대해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이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답은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나의 외모와 행동에서 나오는 삶의 자세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야 한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삶에 대한 진정성이자 애착이다. 맑은 하늘 아래 푸르른 나무를 보며 나도 나무와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는 나무처럼 살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건사피장(feat. 하이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