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기의 효용
우리 가족은 각자의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평일에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서로 조심스러워한다. 나와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가끔 평일에도 함께 놀기를 원하지만 퇴근이 늦거나 선약이 있을 때는 아이와 함께 해주지 못함을 미안해할 때도 종종 있다.
아이는 유독 놀이에 대한 높은 관심과 흥미를 느낀다. 인간의 원초적 유희가 놀이라고 하지만 아이는 놀이를 통해 친밀감도 높이고 유대감, 그리고 놀이를 통한 쾌락을 느끼는 것 같다. 놀이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만들기 놀이인데 어릴 적부터 가위질을 잘해서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것을 좋아했었다.
유튜브를 향한 아이의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지만, 유튜브 콘텐츠 중에서도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유익한 것을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수많은 콘텐츠 중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채널은 ‘소워니 놀이터’와 ‘드퀴니 아트랩’인데 이 채널은 무료 도안을 함께 제공해서 영상을 보며 따라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 아이에게 노트북 사용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아내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내 몰래 서재에서 미리 준비된 무한충전 프린터를 이용해서 아이가 원하는 도안을 출력하는 재미를 누리기도 한다. 도안을 출력해서 파일철에 잘 보관하고 있다가 틈나는 대로 오리고 코팅해서 만들기 준비를 하는 아이를 보면 정말 만들기에 있어서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는 내가 만들어 준 것을 정말 잘 활용한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가지고 놀며, 외출할 때도 가방에 챙겨서 친구들과 함께 놀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친구들에게 아빠가 만들어줬다고 자랑해서 다른 아이의 아버님에게 질타의 눈길을 받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런 눈길이 싫어서 아이에게 자랑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기도 했지만, 나와 만든 놀잇감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높아서 이제는 그런 당부의 말도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요즘은 ‘최애의 아이’ 콘텐츠에 더 흥미를 느끼는지 카나와 아카네 캐릭터 만들기를 더 선호한다. 다양한 옷을 입힐 수 있고, 가발을 이용해서 헤어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재미는 여성의 미적 본능이 발현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놀이를 하는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원할 때 언제든지 같이 할 수 있는 우리만의 만들기 놀이를 하면서 누구를 위한 만들기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거의 모든 것을 내가 만들었기에 불평이 가득한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서로 분업해서 만들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뿐이다.
아빠니까 만들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누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 존재의 필요와 유대감, 신뢰감을 느끼며 원초적인 유희로서의 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아이와 함께 만들기 놀이하는 것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