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
오늘은 아내가 감정 코칭을 배우러 가는 날이다. 오늘같이 아내가 외출하는 토요일은 평소 대로라면 아내를 데려다주고 아내가 교육을 마칠 때까지 책 읽기와 글쓰기를 했는데 아이를 봐주시는 장모님께서 감기 기운이 있어서 부탁드리기 너무 죄송했다. 혹시 독감이 걸리셨을지도 몰라 먼저 A형 독감에 걸렸던 나와 아이가 있으면 더 힘들어지실 것 같아서 내가 아이와 온종일 같이 있겠다고 했다.
본가에 가거나 외출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집에서 아내의 지인이 공동육아를 했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서 <조아 스쿨>을 하기로 했다. 오늘을 위해 어제 잠들기 전에 아이와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웠고 무엇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나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생각했고 종이 위에 하나씩 채워갔다.
아이가 원하는 수업은 만들기와 만들기 재료를 수집하는 것이었는데 중간에 산책과 운동, 책 읽기 시간을 추가했고 보드게임을 하는 오락시간도 포함시켰다. 평일에는 할 수 없는 수업을 만들면서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냈다. 아내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울 것 같다며 걱정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싸우지 않고 잘할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어제 이미 수업 시간표를 만들었기 때문에 전혀 싸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를 강의장까지 모셔다 드리는 동안 아이는 혼자 1교시 루틴의 시간을 가지며 나를 기다렸고, 내가 집에 도착해서 바로 2교시를 시작했다. 2교시는 산책과 운동으로 집 주변 산책로를 걸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중간에 잠시 쉬면서 카페에서 차와 푸딩을 먹은 후 운동 기구가 있는 곳에서 철봉과 달리기 운동을 하며 2교시를 마쳤다. 집으로 돌아와서 3교시 만들기 시간에는 아이가 돌봄 시간에 만든 ‘황조’라는 곰인형의 옷과 집을 만들었다. 아이는 A4용지를 이용해서 도안을 그려 옷을 만들고, 나는 황조의 침대와 욕조를 만들었다.
대충 만드는 것이 아닌 완벽한 침대와 욕조를 만들겠다는 욕심에 자를 이용해서 정확한 도안을 그렸고, 아이는 나의 이과적 행동이 신기했는지 유심히 바라보았다. 평면의 도안이 입체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을 했고 나는 별것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며 나의 이과적 재능을 과시했다. 아이와 나는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 만들기 놀이는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한 후 내가 가장 기대했던 4교시 <책 읽고 생각 나누기>를 시작했다. 책 읽고 생각을 나누려고 했지만 앞서 2교시에서 공저 책 만들기를 하자고 했기 때문에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글을 써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막 출간한 책을 만들었다. 내가 어릴 적 키웠던 개, 해피 이야기로 그동안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해피에 대해 미안했던 이야기였다.
글쓰기 시간이 예상보다 오려 걸려, 아내를 모셔오기 위해 출발해야 했던 시간이 늦어져서 부리나케 강의장으로 갔고 조아 스쿨은 긴 쉬는 시간을 가졌다.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아직 하지 못한 5, 6교시를 하려고 했지만 아이가 오늘의 일들은 아내에게 자랑하면서 미쳐 5, 6교시를 할 수 없었다.
조아 스쿨을 끝까지 하지 못해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아이를 다독이며 오늘 하지 못한 수업은 내일 마저 하는 것으로 설득한 후 겨우 각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랜만에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기도 했지만 그동안 나를 위해 아내와 장모님이 힘드셨을 생각을 하니 미안하고 죄송할 따름이었다.
육아는 그 단어만으로 엄청난 부담과 압박을 준다. 하지만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의 모습을 통해 나의 어릴 적 모습이 투영되는 마법의 시간이다. 나의 반쪽이자 분신인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아이보다 내가 더 만족한 시간이었다.
오늘 처음 개설된 조아 스쿨,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육아로 고생하는 아내와 장모님을 위해 가끔 할 생각이다. 아이의 성격 형성에 있어 아버지 요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육아에 수동적인 방관자가 아닌, 아버지의 역할을 다 하며 아이와 온전히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육아에 진심을 다할 것이다.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