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와 함께 쓴 책

그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by 조아


어제 아이랑 조아스쿨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4교시 <책 읽고 생각 나누기>였다. 2교시 산책 시간에 아이와 주변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꿈 이야기를 했다. 아빠의 꿈이 뭐냐고 물어봐서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책을 출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을 보고 글을 쓰겠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누었다.


사실 이 말은 오래전부터 한 번쯤 해봤으면 하는 나의 꿈 리스트 중 하나이다. 아이와 함께 공저 출판하는 것인데, 아직 글쓰기 실력이 좋지 않아 5년 정도 연습하여 실력을 쌓고, 아이도 조금 더 커서 글쓰기를 할 수 있을 때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산책하면서 아이가 너무 자신 있는 목소리로 할 수 있다고 해서 시험 삼아해 보기로 했다.

책 쓰기의 글감은 내가 좋아하는 동물로 나와 아이는 개를 좋아해서, 내가 어릴 적 키웠던 개의 이야기를 아이는 그림으로 그리고, 나는 글을 쓰기고 했다. 책 제목에 대해서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누다, <그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로 결정했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당시 상황 설명을 최악의 그림 실력이지만 정성껏 그려서 아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그려주었다.


아이가 A4 용지를 반으로 접어서 책의 외형을 만들었고 각각의 페이지를 그림과 글로 채우기로 했다. 내가 그려준 것이 너무나 엉성한 그림이지만 아이는 대번에 상황을 이해했고 내가 말해준 대로 당시 해피가 당했던 사고에 대해서 세심하게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였다.


아이의 그림을 보고,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글을 썼는데 그림 한 장, 글쓰기 한 장으로 책을 구성했다. 아이가 만든 책은 표지를 제외하고 총 6 페이지로 아이는 그림 세 장과 글쓰기 한 장, 나는 글 두 장을 쓰기로 했다. 평소 종이에 써본 적이 없어서 엄청 어색했지만, 아이와의 공저 작업을 위해 최선을 다해 글을 썼다.

서로 먼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아무것도 없었던 백지를 채워나갔다. 나는 아이의 그림을 그리는데 당시 자세한 상황을 설명해 주었고, 그림을 먼저 그린 아이는 내 옆에서 글쓰기를 마칠 때까지 말없이 가만히 지켜보았다. 눈치를 보니 내가 쓰는 것을 바로 읽고 싶었으나, 내 필체가 읽기 어려워 따라 읽지 못한 것 같았다.


각자의 과업을 마치고 완성된 우리의 공저이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을 보면서 서로의 노고를 칭찬했다. 나는 아이에게 그림을 잘 그려줘서 글을 잘 썼다고 했고, 아이는 아빠의 글쓰기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상업성이 전혀 없는 책이지만, 첫 독자인 아이를 위해 낭독을 했다.

해피가 불의의 사고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부분에서 아이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고, 나의 글쓰기는 첫 독자의 감정을 흔든 글이 되었다. 물론 아이가 감성적인 사람이라서 쉽게 눈물을 보였지만, 아이에게 읽어주던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아 잠시 멈췄던 부분이기도 했다.


보호자라고 하면서 해피를 지켜주지도, 해피의 죽음을 알지도 못했던 그때의 내는 해피에서 그 어떤 말을 해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착한 해피는 내가 어떤 말을 했어도 좋아하며 내 손을 핥아주었을 거란 생각이 드니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나처럼 자격 없는 보호자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서 해피를 괴롭혔던 과거가 떠올랐다.


반려견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전혀 없었던 그때의 나는 보호자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개를 좋아하지만 반려견을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책임지지 못할 행동은 하지 않는다. 아직 반려견을 키울 상황도 아니라서 언젠가 키우는 상상만 할 뿐이지만, 꼭 다시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


반려견은 동물이 아닌 가족이기에 끝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 강아지를 쓰레기 더미에 버리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휴가지에서 반려견을 버리고 가는 개만도 못한 인간들을 보면서 보호자라면 가족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먼저 간 해피 이야기를 떠올리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공저를 출간한 어제는 그 어느 때보다 귀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했다는 것, 그리고 꿈꿔왔던 것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멀지 않은 미래에 진짜 아이와 공저 출판을 하는 상상을 하며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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