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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31. 2023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글씨 속에 담긴 뇌의 흔적

최근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필사조아’라는 게시판을 추가하였다. 지금까지는 책 리뷰를 쓸 때 하위 메뉴 방식으로 필사 사진을 첨부하였는데 필사를 계속하다 보니 필사에 집중하고 필사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다. 이것이 필사 콘텐츠만을 포스팅하는 게시판을 만든 이유이다.


 ‘필사’는 원문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이다. 처음에 필사를 할 때는 필사가 좋다고 하니 나도 한 번 해봐야지 하는 의도로 시작하였는데, 여간 성가시고 어려웠다. 특히 필사하는 시간을 별도로 내야 했기에 그 시간에 차라리 책을 더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작한 것 꾹 참고 적응될 때까지 해보기로 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필사를 시작한 지 8개월 정도 되어간다. 이제 90 퍼센트 정도 적응이 되었기에 필사에 대한 어려움이나 부담감은 예전과 비교하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필사를 하기 전에도 메모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필기구, 메모지, 노트만 보면 환장하는 문구 덕후였기 때문에 어찌 보면 필사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필사만을 쓰는 필사 노트가 어느새 두 권째가 되면서 필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더욱 커졌다. 좋은 글을 보면 기록하고 싶고, 그 글을 토대로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친다. 내가 필사를 시작한 이유도 작가의 글을 그대로 쓰면서 그들의 생각과 문장을 훔쳐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필은 아니지만 과거 엄청난 악필에서 점점 명필의 단계로 개선되고 있는 과정이기에 처음에는 필사한 것을 공개하는 것도 부끄러웠다. 하지만 필사를 통해 책에 대한 나의 진심과 책 속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알고자 하는 나의 노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필사를 통해 나는 내 의도를 전달하고 싶었다.


 예전에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필적학’에 알게 되었지만 방송을 보면서도 정말 글씨체만 보고도 그 사람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필적만을 연구해 온 저자의 내공은 필적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고 신뢰도가 높은 자료를 수집하면서 이런 의구심을 한 번에 해결해 주었다.


 필적학은 글씨를 쓸 때 뇌에서 소과 팔 근육에 메시지를 전달해서 선, 굴곡, 점 등을 만들기 때문에 필적이 내적 세계를 반영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필적을 분석하면 그 사람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로 중대 범죄로 수감 중인 사람의 필적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맞출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필적은 ‘뇌의 흔적’이자 ‘몸짓의 결정체’이므로 심리학적으로 분석하여 그 근원을 알게 되면, 행동 습관인 필체를 바꾸어 성격을 바꿀 수도 있게 된다. 의식적으로 글씨체를 바꾸면 성격이 변하고, 성격이 바뀌면 행동 패턴이 변하며, 행동 패턴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그래서 필적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나의 성장을 위한 글씨체를 연습함으로 행동을 변화시키고 인생을 변화시켜야 한다.


 필적학은 단순히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필적요법(grapho-therapy)을 통해 심리치료도 할 수 있으며, 집중력 향상과 인성 개발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 사례도 있다. 따라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성장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글씨 연습을 해야만 한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이 보급되어 굳이 노트와 펜이 없어도 기록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글씨 연습에는 노트와 볼펜이 필수적이다. 특히 필압에 대한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필보다는 볼펜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 오랜 시간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나의 글씨체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글씨 연습을 통해 나를 변화시키겠다는 인식으로 매일 연습할 것이다.


 필적 훈련이 주는 결과처럼 작은 글씨체를 바꾸려는 노력만으로도 변화시킬 수 있고, 이 변화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변화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작은 부분이라고 개선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려는 일련의 노력과 행동이 바로 변화의 시작이자, 성장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한때 귀찮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필사를 중단하려고 했던 어리석은 나의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필사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글씨체에 담겨 있는 나의 내면을 분석하고 개선하며 지속적으로 연습하면 쌓여가는 필사 노트만큼 나도 한 뼘 더 성장해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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