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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20. 2023

캠핑 초대장

자연 앞에 외로운 인간

지난 주말 아이 친구한테 캠핑장에서 장박을 하니 놀러 오라는 초대장을 받았다. 나야 캠핑을 좋아하니 상관없었는데 벌레나 야외활동을 선호하지 않는 아내 입장에서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아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했는데 흔쾌히 가겠다고 했다. 의외의 결정이었지만 아이가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아내는 이번 캠핑이 처음이라 아니라고 했다. 전에도 초대를 받아 캠핑장에 왔기에 이번 캠핑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오게 되었고 내 생각과는 달리 나름대로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그동안 가족여행을 갈 때면 편안한 잠자리를 좋아했던 아내였던지라 의외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불편한 잠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캠핑이 매력 있는 이유는 자연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캠핑은 ”집 떠나면 고생이다 “라는 말을 실천하는 레저이며, 그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캠핑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에 캠퍼(캠핑을 즐기는 사람)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부부는 캠핑이 유행이 되기 전부터 뉴질랜드 여행을 하면서 캠핑의 매력을 미리 알고 있었다.


 간단한 장비와 개인용 텐트를 넣은 배낭 하나만 매고 가는 ‘백패킹’과 캠핑카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며 자연 속에서 정취를 즐기는 뉴질랜드 사람들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곳곳에 위치한 캠핑카 사이트에 청수나 오수를 쉽게 처리할 수 있고, 정해진 곳에서 요리나 불을 피울 수 있는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엄청 부러웠다.


 결혼 전부터 홀로 등산을 다니며 숙박까지는 아니지만 백패킹을 해왔기 때문에 캠핑은 익숙했지만 항상 텐트를 치는 것은 힘들고 귀찮은 일이다. 요즘에는 에어텐트가 있어서 간편하게 텐트를 설치할 수 있지만, 혹여 비라도 오면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텐트를 말려야 하는 것처럼 귀찮은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장박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6개월 정도 사이트를 대여하고 텐트를 설치한 다음 주말마다 와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 말하는 장박족이다.


 캠핑장에 오면 온통 아이들 천국이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아이들 놀이터가 되고, 더 이상 뛰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텐트 안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놀라는 말을 더 많이 할 정도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부모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캠핑장 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캠핑을 하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텐트 안에는 테이블이나 난로 옆에 모여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텐트 밖에서는 장작을 태우는 화로대 옆에 둥글게 모여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캠핑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기계기술이 발전하며 외로움을 느끼는 인간에서 대화만큼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알리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본연의 고독과 외로움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외로움을 고독이라 오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캠핑을 하게 되면 자연 속의 한 구성원으로 마주하는 나를 볼 때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과 편안함, 그리고 캠핑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화를 통해 인간은 더 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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