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역사를 만들라
매년 11월이 되면 스타벅스는 다이어리 프리퀀시 행사를 해서 커피나 차를 마실 겸 해서 다이어리를 받고는 했는데 끝까지 쓴 적은 없었다. 크기도 크기려니와 꾸준히 기록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럽게 모은 프리퀀시로 받은 다이어리였지만 나는 그 가치를 잘 몰랐고, 항상 책장에 꽂혀 있기만 했다.
작년부터 무엇인가를 꾸준히 기록하려고 마음먹고 그동안 사용해 왔던 다이어리를 찾아보고 가장 잘 사용했던 몰스킨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올해 1월 중순 경 포켓형 다이어리를 샀는데 오랜만에 사용하다 보니 하드 타입과 소프트 타입이 있다는 것을 깜박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소프트 타입을 사버렸다. 심지어 색상 선택도 자유롭지 않아 좋아하는 색상이 아닌 빨간색을 살 수밖에 없었다.
백팩 포켓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여서 항상 들고 다니면서 명언이나 좋은 글을 적기도 하고 감사할 것들을 기록하는 감사일기장으로 사용했다. 매일 적지는 못했지만 하루의 중요한 일이나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할 일을 적는 용도로 사용하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공개할 수 없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가장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포켓 사이즈 다이어리를 사용하니 휴대가 간편해서 적고 싶은 것이 점점 많아져서 무엇을 적어야 할지 고민한 적도 많지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적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엄선해서 적고 있다. 최근에는 아내의 생일과 초대받아서 경험한 캠핑의 경험 등을 적었다.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다. 종이가 없었던 선사시대에는 몸에 문신을 하고, 동굴 벽화에 그림을 그리면서 기록하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하였다. 지금은 종이뿐만 아니라 녹음기, 스마트폰, 카메라 등 다양한 도구로 기억을 남길 수 있지만 다시 볼 수 있고 가격도 부담 없으며 휴대가 간편한 것은 역시 다이어리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방금 한 일도 기억이 나지 않는 요즘, 기록하는 것만큼 확실한 기억법도 없다. 단순히 기억을 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을 하면서 무엇인가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인생 속에 일어난 수많은 에피소드가 주는 나쁜 감정까지도 소중한 내 인생의 단편이라고 생각하기에 모두 기록하고 싶지만 모두 기록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한 것을 훗날 다시 보게 되면 과거의 아쉬움과 회상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과거를 발판 삼아 오늘 더 성장한 나와 마주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기록의 축척을 통해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를 바라보며,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꿋꿋이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내 모습은 3보 전진, 2보 후퇴의 인류역사와 같이 어쨌든 진보하는 나만의 역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