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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29. 2023

비 오는 날

비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비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

 운동을 좋아해서 평일에도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던 나는 4학년 때는 선배들 얼굴도 모르는 체육교육과 신입생들에게 인사를 받았고 나 스스로도 나름 강골이며 건강한 신체를 가져었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건강에 대한 자만심으로 중증의 단계로 진입하기 전에 현미식물식을 통해 25kg 감량을 하였지만 요즘 다시 게을러져서 요요 현상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다시 건강을 찾기 위해 식사에 집중하자고 다짐한 계기도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교통사고로 인해 입원을 하면서부터이다.


 내가 입원한 병원에는 하루 세 번 식사가 제공되지만 점심만 달라고 요청하였다. 혹여 점심에 고기반찬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정말 먹을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 운동도 못하는 상태라 먹는 것을 조절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아침은 죽이 나오지만 바나나 한 개에서 두 개만 먹으면 충분했고, 저녁을 먹지 않기로 했기에 일일이식의 식습관을 가지는 습관을 만드는 실험을 하였다. 이 실험을 하면서 나는 ‘거짓 배고픔’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진정 내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 ‘거짓 배고픔’을 구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함을 알게 되었다.


 한방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의도하지 않아도 한자를 많이 듣게 된다. 습한 날씨를 싫어하는 내 성향이 내 체형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단어는 ‘비인다습’이다. 한방에서 이야기하는 ’ 비인다습‘이란 말처럼 뚱뚱하면 몸에 염증이 많고 습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지만 난 습도에 엄청 약하다. 습한 날이 되면 짜증지수가 머리끝까지 올라가 있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엄청난 일로 부풀려 사달을 낸 적도 있었다.


 내 몸이 습하기 때문에 습한 날씨가 되면 몸과 안, 밖이 습기로 가득 차서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동남아 지역으로 여행가게 되면 나는 항상 날카로운 상태로 가족들이 눈치를 보게 만드는 민폐남이었다. 습한 날씨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체중을 감량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일이식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한 한다는 점이다. 흔히 많이 먹기 때문에 살찐다고 알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 칼로리가 연소되지 않고 축적되기 때문에 살찌는 것이 더 타당한 이유가 된다. 지난 나의 일상을 되돌아봐도 먹고 움직이지 않았던 때가 더 많기에 나는 이 이유를 내가 살찐 주요 원인으로 생각한다.


 간헐적으로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그때뿐이었고, 꾸준히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은 없었기에 내가 섭취한 칼로리를 소비할 움직임이 없었고 그래서 나는 살이 찐 것이다. 심지어 움직임도 없으면서 세끼의 식사와 간식까지 먹었으니 살이 안 찌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며, 노화로 인해 체내 기초대사량도 점점 감소하고 있으니 섭취한 칼로리는 혈관을 타고 온몸을 다니며 가장 움직임이 없는 복부부터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내 체형이 된 것이다.


이제 원인을 알았기 때문에 일일이식과 하루 1시간의 운동을 하면서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단순한 체중감량이 아닌 목표 체중을 유지하는 식습관과 일상 습관을 만들면서 죽는 순간까지 글쓰기를 할 수 있는 평생 체력을 기를 것이다.  평생 체력이 필요한 이유는 그만큼 나는 글쓰기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이유뿐이다. 목표체중인 72kg를 유지하는 때가 오게 되면 마치 홋카이도에 여행을 가면서 눈을 극혐 했던 내가 눈을 사랑하게 된 것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우수에 젖은 눈으로 글감을 찾아다니는 맹수의 눈동자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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